치악산 연가
겨울이면 새벽 산능선을 묵묵히 걸어가시는
아버지의 얼굴같이 기개한 장골로
여름이면 어머니 품속같이
파랑새 호랑지빠귀 딱따구리 꾀꼬리 등
뭇새들의 노래소리 사랑으로 보듬고
봄이면 18세 수줍은 처녀의
분홍 분홍 연분홍 치마빛으로
가을이면 홍포를 두른 듯, 홍포를 두른 듯,
눈부신 이마 드러낸
아, 치악산이여
떠 오는 구름, 햇빛, 바람, 달빛, 별빛 등에 지고
사직을 이어온
들참나무 대나무 피나무 가래나무 층층나무 느릅나무.....
형제처럼 둘러쳐져 어깨 겯고 춤을 추네
뱀에게 잡힌 꿩을 구해준 나그네는
치악산 어느 폭포 아래 쉬고 있는가
상원사 법당 벽면에 그려진
벽화의 그 꿩의 새끼들은 어느 숲속에서
자유의 날개 펴며 대(代)를 이어
싱그러운 산수도를 그리고 있는가
석양에 눈물겨워하던
고려말 운곡 원천석 충신의 심정인듯
석경사 추녀 아래 청동물고기 한 마리
갈 길 몰라 매달려 풍경소리 퍼내고 있네
아, 치악산은 하나의 고전이 되어
봄 여름 가을 겨울 없이
꽃과 새 나비 녹음 단풍 눈보라.....
향기로운 산내음의 책장을 넘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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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과 상원사 백일홍 꽃나무의 대화
치악산이 바람을 보내 상원사 백일홍 꽃나무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고 나는 본래 인도에서 왔다고 했다 머리에 화관은 무엇이냐고 다시 물었다 머리에 쓴 화관은 석가모니 부처님 형상으로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 만물을 풍요롭게 한다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상원사 백일홍 꽃나무가 치악산을 우러러 물었다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치악산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 땅과 하늘에 있다며 땅을 기름지게 하고 하늘을 맑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백일홍 꽃나무는 치악산의 자비에 두 손을 모으며 합장했으며 치악산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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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치악산이 아침마다 흠흠흠 기침을 하면
악한 마음은 먹구름처럼 사라지고
산은 산 대로 물은 물 대로 맑은 얼굴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