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 꽃
-이태열
그대를 가까이 볼 수 있어
내가 꽃이 된듯하오
향기를 가슴 깊숙이 내쉬면
오십대도 설렌다네
농부 발걸음 바뻐지면
들로 산으로 봄꽃축제
활짝 웃는 백만송이
짓궂은 바람도 꼬리 흔든다
일 년에 한 번
곱고 아름다운 모습
고급 향수 뿌려 유혹하니
뉘인들 반하지 않으리까
그대가 꽃이라면
나는 벌이 될래요
수많은 꽃 속에 숨어있을지라도
망설임 없이 단박에 찾아 가오리다
2. 가야산
-이태열
오만인상 다 쓰다 보면
사기당한 그 느낌 어찌 모르오
바쁘게 산 것도 몸에 대한 죄
이제 남은 세월 보상이라도
커피한잔 여유
더 오를 곳이 없는 정상
펼쳐진 자연경관 한 눈에
에구야 언제 그랬듯 희열을 느낀다
봄비가 온 뒤라
마지막 남은 겨울 진한 초록 물감으로
숲을 만들어 가고 있어
산에서 뿜어 나오는 상큼함
욕심도 경쟁도 없는 곳
세속 삶 인연 끊고
새소리 물소리 안주삼아
저녁노을과 막걸리 한 잔 어떻소
3. 북한산
-이태열
봄이 가려니
새 옷으로 갈아입느라
아직도 숲 속은 바뻐
벌써 숲이 된 곳은
그늘이 들이어져
바람도 쉬어가는구나
햇살은 못다 핀 꽃을 재촉한다
송홧가루 날릴 때까지
그 누구 입김을 기다리며
막내도 활짝 웃고 있어
거친 숨소리 듣고 싶었나
땀 냄새가 그리웠나
시들어 가도 버티고 있다
예쁘다는 소리 듣고 싶어서
4. 바람
-이태열
깊이 잠이 들었더냐
불러도 인기척에도 대답 없네
갈 길 바쁜데 태평하기는
이러다 소나기 퍼 붓겠소
어찌 화가 났다여
갑자기 폭군 되어
애꿎은 아이 다칠라
술 한 잔 드시고 화 푸소서
집 사람 바람난 것도
하늘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어찌 심통을 부리시오
필요할 때는 코 베기도 안 보이더니
사랑하는 님아
함께 산다는 게 별거더냐
잠수도 거친 성격도 다 부질 없소
농부 땀방울이나 시원하게 닦아 주소서
5. 세월
-이태열
어디로 가니
물어도 대답 없는 시냇물아
앞만 보고 잘도 가네
다시금 한 방울씩 떨어지고 싶드냐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지
움직이는 건 모두 늙는단다
지금 네 모습
웃고 있더냐 인상쓰고 있더냐
아까운 시간 인정사정 없다
목적지가 어딘지
어느 정거장까지 와 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마라
정녕 궁금하면 세월에게 물어봐
이태열
010-4586-8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