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차 창작 콘테스트 응모

by 파도소리의소라 posted Jul 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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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면

 

거울을 마주하고 욕을 내뱉는 나에겐

거울을 사주신 당신이 너무한 거예요

흉측하기 짝이 없던 내 얼굴을 좀

자라나게 놔두던 잡초 밭을

일구어내지 못한 것이 말이죠

버리고 가세요

쓰레기통은 저쪽

우는 허수아비가 서있을 데도 없는데서

약한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어디서 잠드나

별에 파묻혀서

영원을 꿈꾸며

한숨 깊게 쉴 수 밖에

 

나무가 자라나는 내 몸이 싫어요

비정상이 아니잖아요

차라리 거미가 스폰되었으면

 

 

 

 

 

 

 

 

 

 

 

2. 초목

 

풍성하게 번지는 머릿결

푸른 비듬이 번득이는 풀밭

야릇하게 새어나오는 헛간사이 불빛

황소의 울음 부드럽게 떨어지는

커다란 눈동자와 희멀건 우유의 별빛

 

가라앉는 서늘함이 건초 사이 스며들어가고

잠든 아내의 발끝을 간질인다

봄을 좀 더 부드럽게

만질 수 없던 것일까

네 힘을 보여주지 말고

뿌리가 땅 아래로 자라나면

함께 춤을 추자

 

 

 

 

 

 

 

 

 

 

3. 어둠의 자전

 

별이 자꾸 세는 게

 

멈춰버린 기차였는지

흐르지 못한 밤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된

나무에 아늑하게 서린 어둠

사시나무 떨 듯 몸을

가누지 못하는 누에

 

잠들지 말라고 하고

편히 누우라고 한다

 

몸을 틀고 나무에 매달린

서러운 밤의 공전의

울음소리 먹먹하게

가슴에 묻어난다

 

 

 

 

 

 

 

 

 

4. 절여있는 버드나무 그림

 

검은 뿌리가 마치

뚝뚝 이파리 떨긴 버드나무처럼

허우적거리며 번지다

발아한 암나비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바라보다

눈을 뜨지 못한

검은 병아리 숨을 곳

 

추락하는 검은 날개에

저항하는 바람

산소를 잃어버린 파도

사슴벌레 더듬이가

몸에서 나오다

 

자꾸 멈추는 숨을

찾지 못해 덜렁이는 검은

숲에 요정 내 손목 잡고

가지 못한 시체처럼

혼자 떨어져 나가다

 

내 몸짓을 잊지 말아다오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고

더듬이가 부서져나는

파도 한 조각 간직해다오

 

고장 나고 상처 난

나를 두고 떠나지 말아다오

 

 

 

 

 

 

 

 

 

5. 파랑새

 

기다리지 말고 말해줘

터트려진 몸에 헝겊을 주워

담을 수 없기에 기억의 물을

펜던트에 담아서 간직해줘

 

나의 영혼이 날아 가버리지 않게

보라색 손을 꼭 쥐어줘

흐릿해지는 시야에서 눈을 돌리지 말고

 

점점 푸르게 되어가는 마음을

깊게 봐주는 거야

 

 

 

 

 

 이메일 주소: duran7227@naver.com

 (이메일 자주 확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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