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by 감명 posted Apr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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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로등


어릴 적 노닐던 동네의

우연한 가로등 하나가

유달리 눈에 띄었다


그는 내 삶을 철저히도 파괴했다


차가운 길을 걷다가도

어릴 적의 열띤 고백이

가로등 열기와 함께 찾아왔다


메마른 공기를 삼키다가도

어릴 적의 젖은 꿈이

가로등 빛과 함께 찾아왔다


그가 삶 속에 사이사이 스며들어

괴롭지 않은 날이 없었다


너무도 찬란했던 어린 날

너무도 사랑했던 어린 날


메마르고 죽어가던 삶에

어린 날의 기억이 불빛에 기대

불쑥 고개를 쳐들어

자꾸만 목이 메었다



2. 패배자


처참히 부서져내린

처연한 기도

아름다운 욕망


털어내고 일어서

잊은 듯이 숨쉬어도

몸 어딘가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나누는 말도, 몇 번 지어낸 웃음도,

어디론가 흩어진다


아물지 않는 구멍은,

숨 쉴 때마다 통각을 불러온다


결코 익숙해지지 못할

나의 부정당한 시간들



3. 하루 끝에서


무엇을 위해서

하루를 보내었는가


누구를 위해서

사랑을 베풀었는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죽이지는 않았는가


남을 위해서

마음을 외면하지는 않았는가


흘러가는 시간은

너무 빠른데

나는 그대로 남아있다


한 줌 시간을 잡으려고

무던히 노력하지만

결국 그 속으로 휩쓸릴 뿐이다


깨어있는가, 나의 구원자여


결국 나약하게도,

허상에게 탓을 돌리는

애처로운 나를 외면한다


결국 우리는

유리로 된 벽 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그렇게 무던히 흘러가는 시간을

괴로움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4. 놀이터


놀이터의 그네가 흔들린다

놀이터의 시소가 흔들린다

놀이터의 미끄럼틀이 삐걱댄다


모래밭은 사라지고

하얗던 아이들의 자리는

희뿌연 거미줄로 가득찼다

웃음소리는 바람소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그 속에 살아있는

어린 날의 천진함

어린 날의 다정함


텅 비어버린 놀이터가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5. 돌이켜 보면


돌이켜 보면, 생각치도 못했던 것들이 남아있다.

그 때는 별 것 아니었던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절의 바람의 향기,

지친 하루 끝에 흔들리는 불빛들,

괜히 무언가가 그리워지는 밤의 별들.


그저 작은 삶의 조각들이 어느 날 문뜩,

돌이켜 보면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낭만적이지 못하고,

어리석기만 했던,

그 어느 날들의 기억.


후회와 회환 사이사이로,

사랑스러운 그리움이 스민다.


돌이켜 보면,

사실 나는 참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음을.



6. 포기


재단한 끝이 너무도 아팠다.

그래서 끝이 다가옴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


시작만을 보며 이어가던 실타래가

결국은 목부터 다리까지 온 몸을 감게되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


실타래가 지나가고 죄어댔던 흔적들은

쉬이 사라지지 못했다.


싱그러웠던 시작과 달리

초라한 끝이 애처로워

쉽게 놓아줄 수가 없었다.


사랑했던 나의 젊은 날이 조각조각 녹아있는,

너무나 찬란했던 나의 금빛 추억이 담긴,

끝에는 숨과 현실을 옥죄던 나의 꿈


재단한 꿈이 너무도 아팠다



7. 아직도, 황혼 속의 당신


기억의 시간은

황혼의 빛깔


누군가에겐 붉게

누군가에겐 노랗게 타오르는 빛


누군가에겐 역겹도록 느리지만

누군가에겐 사무치게 빠른 소멸


내 그리움은,

누군가는 금세 잊을 인연을

너무도 오래도 앓았다는 것.





이름: 국찬민

이메일: chanminy@naver.com

연락처: 0108784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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