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 치매병동 204호 외 4편

by 찡이 posted Apr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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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병동 204호


휠체어 나무식탁 위

종이로 봄꽃을 접으며

젊은 기억속을 뛰어 다녀본다.


시간이 멈춰버린

배회의 숲에서

망상 속 유년의 꿈을 쥐고 놀아본다.


나열된 생각의 길을

걸어나오다

닫혀진 망각의 문 앞에서

주저앉아 버리는 기억의 습관


미움도 흘러간다

설움도 잊혀간다

기뻤던 순간도 하얗게 지워진다.


잊지 않으려 애썼던 자신의 이름조차

비틀거리다 눈 앞에서 사라져 간다.


오늘도 정지된 고요의 시간속에

자신을 찾아찾아 석양속에 묶어두는

치매병동 204호실


그 곳에 우리들의 어머니가 계신다.






우리동네 그 청년


우리동네 편의점 앞 야외의자엔

매일아침 한 청년이 출근을 한다.


같은 점퍼 같은 모자 같은 슬리퍼

분주하고 활기차게 의자에 앉아 

오고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큰 소리로 핸드폰과 대화를 한다.


우리동네 편의점 앞 야외테이블

그 청년의 전용 사무실이다.


컵라면도 먹고 졸기도 하고

성실하게 하루를 버티고나서

매일 밤 그 청년은 퇴근을 한다.


엄마손 꼭잡고 집으로 간다. 





편의점 앞 그 청년의 엄마


그녀는 감사하다고 했다.


생업을 위해가는 새벽출근길

오늘도 무사히 견뎌주기를

밤11시 퇴근길

아들의 손 잡으면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편의점이 폐업하던 날

그 청년은 약국앞에 서 있었다.


여전히 같은 점퍼 같은 모자 같은 슬리퍼

큰소리로 핸드폰과 대화를 하며

지나가는 경찰차에 경례를 한다


약국 앞 간이의자 등받이 뒤엔

초록색 우산이 장전되어 꽂혀있고

새벽공기 밟으며 일터로 가는

엄마의 등을

동풍이 엄호한다.





노인


날이 선 말끝에 마음을 베이고

촉이 선 표정에 심장이 찔리며

공원의 담배꽁초 한 봉지 다 줍고

퇴근하는길

지하철 경노석 여섯칸 의자는

오늘도 만석이다.


과거는 등뒤에 척 달라붙고

미래는 우박처럼 쏟아져 내린다.


백태 낀 안구에는

눈물도 씻어내지 못하는 세월이 묻어있고

보청기 사이로

전철바퀴 레일 가는 소리가 도깨비풀처럼 꽂힌다.

귓속의 달팽이관

풍차처럼 돌아간다.


병든 아내 밥 챙기러

집으로 가는골목

고등어 자반 두마리 검은 봉지 안에서 펄떡인다.





꽃샘 바람


시누이같은 꽃샘 바람

어찌그리 얄미운지

꽃이 제일 예쁠때에

확! 할퀴고 지나가니

아까운 꽃잎들

다 떨어지고 말았네


총각같은 꽃샘 바람

어찌 그리 능청인지

만개한 꽃송이들

쉭! 스치고 지나가면

새하얀 꽃잎들

꽃비되어 내려오네.


응모자 : 김호정

이메일 : jjinglovejh@gmail.com

HP : 010-8235-3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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