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천변
새까만 밤
하얀 눈마저 모습을 감춘 듯 칠흑같이 고요한 밤
홀로 남아 야근하다
뻐근한 어깨 잠시 쉼 얻기 위해 걸은 천변
'줄 줄줄…….줄'
무거운 눈들의 짓눌려 숨죽여 있는 줄 알았더니
어두운 밤 속 차가운 소리 내며
'나 여기 있다고' 존재감 알리는 물소리
어둠도 무거운 눈도 삼키지 못한
우리 지금 어디로 흘러가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내게 속삭이듯……. 속삭이듯…….
정처 없이 모니터 속 냉 팽겨둔 내 자신 무색하게
일 년 하릴없이 숨 죽여 산 내 자신 원망스럽게
그 물소리
지금 당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분명히 알아야 된다며
'줄 줄줄…….줄'
돌다리 사이 두고 잠잠히 자신의 존재 묻힌 채
흐르다 딱딱한 바위에 부딪쳐 소리친다.
나는 이렇다고……. 이렇다고…….
당신도 그래야 된다고……. 그래야 된다고…….
주말
네 시 반
눈을 떠 부엌 책상에 앉는다
새벽감성
마음 가는대로 적다보니 인생 한 조각이 완성 되었다
일곱 시 반
다시 잠자리에 든다
평소같으면 출근한다고 자동차에 시동 걸 시간
포근한 이불 내음이 나를 감싼다
열 시 반
눈을 떠 가볍게 먹고 밀린 집안일에 기웃거려 본다
따스한 볕이 왜 이리 설렌지
오후 세 시 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좋아하는 책 한 권 끼고 반쯤 몸을 기울인 채
독서삼매경에 빠진다
그러다 스르륵 다시 잠에 빠진다
저녁 여덟 시
TV 소리에 꽤 꼬르륵 거리는 배를 잠재우고
새벽 두 시까지 또 나의 시간이다
나만의 분침과 시침 속에 살아낸 하루
주말...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