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부드럽게 떨리는 발걸음으로 / 조금은 서투른 손끝으로
이름모를 풀꽃을 어루만지고는, 왜 그런줄도 설명할 수 없는 그런 포근함을
가만히, 조용히, 느긋히 즐기곤
누구도 정하지 않은 시간에 / 스스로조차도 정하지 않은 찰나에
저곳에 예쁜 바람이 분다하며 철없이 걷는다.
<무력감>
문득, 내 주위의 모든 걸 떨쳐내고 싶다.
무언가 엄청난 일이 밀려들어
태풍처럼 내 주위를 쓸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그 한가운데에 앉아
온 세상이 뒤죽박죽인 모습을 감상하며, 태연하게 비웃고 싶다.
<속박>
자유를 알기 전까진,
속박 당하지 못한다.
속박은
끝이보이는 행복이고
힘겨운 자유이며
철조망에 걸려있는 구름을 관음하는 것이다.
자유를 보기 전까진,
속박 또한 보지 못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재미도, 감동도, 소득도, 보람도 없는 한없이 무의미하며 나를 갉아먹기만 하는 일에 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목줄달린 광대같은 삶에 있는 사람들을 연민하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마냥 어리석은 일로만 생각되어야 하는지에 의문이 든다. 그 사람의 뒤에 총을 든 미치광이가 서 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어릿광대의 눈물>
명량하게 노래하는 어릿광대.
맑고 강렬하게 소리치다. 흥겨운 춤을 추며
"지욱한 구름넘어, 그 사이를 비추는 가느다란 햇살을 지나, 알록달록 무지개를 타고 마침내 그곳에 도착하면, 우리는 반드시 행복하리!. 기어코, 단언코, 결단코 우리는 행복하리!"
언제 그칠지 모르는 빗속에 홀로 선 어리광대의 뺨에 검은눈물이 흐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