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할아버지는
노란빛 가을이면 잠자리풀
간질이던 손가락이
농사 짓느라 바쁘게 쓰다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졌지요
장가 가고 매일 보던 얼굴이고
90이 되어도 매일 찾던 아내인데
떠나기 전 숨 가쁘게 뱉은 말이
할머니의 이름이었지요
몸은 다 안따라줘도
마음은 다 몰라줘도
당신 사랑을 할머니가 아셔
돌아가시는 그날 말씀하시길,
“당신이 주는 사랑 오늘까지 다 받을게.”
살아있는 동안 남편에게 받는 사랑이
오늘까지라 아쉽다던 할머니 말씀은
손자 손녀가 더 많은 사랑을
주라는 이야기겠지요.
가을빛깔처럼 예쁘게 기억하고
봄 손길처럼 따스하게 떠올리면
할아버지가 우리 마음에
다시 살아오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