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차 창작콘테스트 시분야/ 그대는 전생에 춤사위였다 외 4편

by susia1223 posted Jul 07,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대는 전생에 춤사위였다


그대는 전생에 망나니의 칼날 춤사위였다
술을 들이부어 광기 어린 눈초리로 
과장 어린 형벌을 행위 하던-
지켜보던 사람도지시하던 사람도
밤에 타오르는 가여운 짐승의 그것처럼
  
그대는 전생에 기생의 치마폭 춤사위였다
술 따르는 손과 마음에도 없는 눈웃음으로
교태어린 가락을 몸짓 하던-
지켜보던 사람도지시하던 사람도 
밤에 타오르는 가여운 짐승의 그것처럼
  
그대는 전생에 비구니의 흰 소매 춤사위였다
술 한 모금 없는 옷매무새에 눈물 이상의 감정으로
지켜보던 사람이지시하던 사람이 있건 없건 
정화된 아침 기다렸다가 운명인 듯 샘솟는 그것처럼
  
자신을 세상에 꺼내 보이던 그들에게 
찰나를 보여주곤 하던 그대는-
  
그대는 전생에 춤사위였다




데칼코마니


그들은 비대칭으로 이뤄져 있다

데칼코마니도 사실 양면이 다르니

이상할 건 없다. 연인이 서로 다르다는 것쯤

그래 있을 수 있다

서로를 위하던 입술에서 괴롭게 뱉어내는 

불안의 찌꺼기 속에서도 믿고 싶으니까

똑같지 않은 서로를 똑같다며

우린 운명이라고, 외롭지 않을 줄 알고


그들은 마주 보지도 못하고 있다

데칼코마니처럼 참 닮아가더니

이상한 게 있다. 연인이 서로 지쳐버린다는 건

항상 안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기심에 묶였으니

이제 맞닿은 입술로 찍어내자

우린 데칼코마니, 우린 잘못도 서로 닮았으니까




처음 쓰는 시


폐휴지를 겹겹이 붙여놓아 적당히 자른 토막에라도

내 이름 석 자 파내어 갖고 싶다 청했다

지식이 넘쳐나건 말건 이미 많은 이들이

명예를 새기고 사람답게 사는 게 좋다는 건 알고 있었다

반대로 된 이름을 받더라도

모두의 종이에 옮겨놓으면 바로 보이는 유일한 거울

그동안 잃어버렸던 막도장들은 찾을 필요가 없었다

찾아도- 소용없었다

찍어내기에서 온 진리는 벗겨내고 기억해야만 한다


내가 왜 시를 처음 썼는지




후회를 돌이켜보며


바람 몹시 부는 날

너 묻을 곳 찾아왔다


반듯이 누울 자리 하나쯤 

네 생일 때마다 함께 울던

내가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니


생전엔 구경꾼들 많더니,

장례식엔 나밖에 없어 다행이다


거짓일 때 생겼던 허물이 벗겨지고

미워할 때 더럽던 거울이 빛을 받으니


그만 용서하는 이 자리에서-

너 이제 편히 쉬어라




바보와 바보 아닌 자


내가 안다는 것들을

다 의심해야 할 때가 와도

나는 그것들을 믿고 싶다


그리고 갇히길 자처하는 것이다

누우면 얼굴을 짓누르는 안경의 무게가

너무나 익숙해서, 너무나 친근해서


껌 대신 젤리를 씹는다

도로 뱉지 않아도 되므로


생각 없이 뱉어도 안되고

생각 없이 읽어도 안되는데


아가는 내 품에서 

그저 다 잊으라 한다


그래서 세상에는

바보일 수 있는 자들과

바보들이 함께 사나 보다



--------------------------------

010-5767-9705

신은숙

area0125@naver.com


Articles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