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용마산 교실외 4편

by 불씨 posted Jun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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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산 교실


                                                         불씨


     용마산 언덕올라 아침기운 들이마셔

     힘껏 들이마셔

     맡게 되는 건

     싱그러운 아침 땀냄새


     고3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산 아래 단독 건물

     인정관


     고1, 고2에겐 노인정관이라고 불릴만큼

     자비없는 고3교실이지만,


     땀냄새에서 벗어나 봄향기를 맡기 위해

     올 한해는 책벌레가 되길 자처한 우리는

     오늘 하루도 힘차게 시작합니다.


     경쾌한 종소리에 맞추어 아침 청소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지친 우리의 몸과 달리 여전히 우렁찬 종소리에

     곳곳에서 공부하던 우리는 야간 자율학습과 함께 일과를 마감하지요.


     아침 6시 40분에 집에서 나와 밤 10시 40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어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그 긴 시간을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그 고난 쉽게 버틸 수 있는 거겠지요.


     여러 교과 선생님들의 따뜻한 격려와 지지, 그리고 열정속에서

     우리는 단순 학습만이 아닌

     따뜻한 마음의 새싹을 길러냅니다.


     분명,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

     내게 20살이 오면 작았던 이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

     사회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뿌리와 줄기를 길러내겠지요.


     그 찬란한 스무살을 위해 오늘도 지치는 이 몸

     책상 앞으로 인도합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즈음, 용마산 언덕 위의 교실에서 고3 학생이...





산중불씨의 성장


 불씨





어, 가면 안돼요....


무슨 연고인지


온몸에


힘이


빠집니다.




차그작 차그작


바람 하나 다가오지 않는 내 곁


나뭇잎도 다 떨어져버린 이 시기


공기마저 멈추어버린듯한 이 시간에


나는 호올로 숨을 쉬고 있습니다.




분명히,


이제 숨을 거둘 것 같았는데


이제 세상은 다 끝이 난 것 같았는데


아직 내게 기회가 남았나봅니다.




이 기회에


저기


저편


나무와 청설모처럼


내게도 도란도란 이야기나눌 친구를


만들어


보렵니다.




후더득 후더득 활활


새친구를 만나니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어요.




어때요,


자신감 넘치는 내 모습,


혼자여도


멋있나요?





혼과 숨의 분리


 


                                          불씨




하나인 것처럼 속여 육체안에 자리잡아

혼이 원하는 건 제어할 수 있는 속박된 육체

마음대로 쥐고 흔들어버려 상처를 내어버려

상처같은 건 상관 없어 더 나은 육체 찾아 떠날 것이니

몸뚱아리의 반항은 소용이 없어 저항따위 무시하면 그만이거늘

그 작은 신음소리 내어 무엇하리 호랑이 앞에서 재롱부리는 꼴인걸


절대 권력자 혼은 수십년 동안 육체를 지배하려

그 와중에 이 체 혼의 권력에 익숙해져 갖가지 방법으로 벗어나고자

육체의 반복되는 새로운 시도에 너까짓 몸뚱아리가 무엇하랴 무시했거늘

어찌해서인지 육체가 왜 더 무섭게 보이는 것인지 당최 그 이유 모르겠거늘

한순간에 이 강인함 어디갔는지 어찌하여 그 당당함 맥을 못피는지

전체를 이루던 사슬이 하나둘씩 끊어지고 풀어져

어느샌가 이 몸 묶어놨던 노줄도 헤이해졌는지

육체 점차 몸을 피어 그 높던 혼의 정신

와르르 무너져 버리고


그 오랜 노력 끝에 허리 핀 멍 투성이의 몸

단칼에 혼을 베어버려

숨은 이제 자유롭다



아, 아바디, 제가 실수했어요




                                              불씨



우리 식구 입에 먹이 넣어주기위해

20년 동안 달리시는 우리 아바디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우리가 아바디의 경제적 고민 덜어줄 수 없어

아바디는 워어얼화아아수우모옥금툘 중

워어얼화아아수우모옥금에 꼬박꼬박 출근도장 찍으신다


그러는 동안에 새끼 제비들 나름 오마니의 맛있는 거 먹었다고

나름 따뜻한 집에서 자랐다고 덩치가 산만해진다


그 중 큰 제비 공부한답시고 학원비 달라그러고

둘째 제비 발에 거슬리는 건 다 차버리고

막내 제비 유행어 배웠다고 시도때도 없이 막말한다


이 제각각인 세 제비들은 오마니 앞에서도

투닥거리는 게 매일이니

오마니, 이제 지치신게 틀림없다


그 와중에 큰 제비 뭐 좀 배웠다고 생각했는지

동생 제비들과 투닥거리던 중 중재하기 위해 나선 아바디 오마니 제비를

물어버린다

그 부리에 익숙해진 오마니는 피했지만

이 부리 처음 겪는 아바디는 제대로 물렸다


그 상처 한 달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다

큰 제비 오마니한테 매일 매일 훈계들으며 아바디를 치료한다


뒤늦은 후회일 뿐 아바디의 상처는 한 달이 지나도 그 상처 그대로이다


같은 반복의 실수를 한다는 것을 들어보았는가


한 달이 지나 또 한 번의 실수를 반복하게 되었고

아바디는...

출근 도장에 눈칫밥까지 찍힌 우리 아바디는...

그만... 큰 제비가 낸 상처가, 조금씩 아물려고 했던 상처를 또 한 번 더 베인다


두 번 베인 상처는 더 오래가기 마련

20년간 제대로 된 옷 갖추지 못하고 먹이고 재웠건만


내 존심 버려가며 따뜻하게 지켜줬건만

있는 사랑 없는 사랑 다해가며 사랑을 나눠줬건만

후회가 있는대로 몰려온 우리 아바디


그제서야 후회하면 무엇하랴 큰 제비, 아동바동 왔다갔다 수습해보지만,

실수를 알아차린 때는 크게 늦었다

아바디 상처 입어 치유하기 힘든 상처입어

큰 제비, 작은 제비, 막내제비 모두가 숙연해지는 이 시기


사건의 주 제공자 큰 제비는 아바디 치료에 적극 나서며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아바디를 이해하고자 노력중이다

현재 진행형.....

아바디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걸어본다

아바디 이거 맛난거 잡수실라요?



작은 손과 거친 손




                                                     불씨







꾸욱 어릴 적 내 손도장 보며

뻐꾸욱 울리던 옛집 떠올려

어렴풋 추억이 생각나는 그 때

그시절 나는 아직 열한 살


나도 그때는 내 친구들 모아

나도오 소리치며 마당 뛰놀고

어두운 초승달 떠오르는 그 때

그때즘 집에 돌아가곤 했지


찰칵 사진 속 내 얼굴을 보며

차갑게 변해버린 지금 생각해

지금은  현실이 추억보다 강해

꿈들은 접고 현실 마주하지


예전 친구와 함 모이어 보면

옛날의 그시절 모두 그리워해

얼굴은 예도 지금도 비슷한데

너무나 강한 현실 그 추억만을 뽑아내


추억은 유리 구슬에 저장되어

단단히 깨지지 말것 경고해

이구슬 깨지면 견디기 힘든

더고된 현실이 마주할 테지


우리는 이것 각자 상자속에

꼭꼭 잠가둬 조심 하도록

이구슬 앞으로 우리삶 원동력

변하는 현실에서도 유리구슬 보며


앞으로 겪을 어려움 견뎌나갈거야



Who's 불씨

?

sulim002@naver.com

이름, 메일주소, 전화번호 남기라고 하셨지만, 공개 게시판여서 메일주소만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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