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디짠 그리움
창 밖의 낯선 발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게 누구요 하고 물어도
닿는 것이라곤 새하얀 어둠 뿐
다시 낯선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무말 않고 귀기울여도
닿는 것이라곤 까아만 달빛 뿐
차가운 불빛 속 떠오르는 형상에
고개 휘휘 저어 날려보낸다
바로 날아가는 네가 고달파
가지마라,
가지마라,
잡아보아도 끝내 사라져버리네
홀연히 사라진 네 모습 그리며
허망한 가슴 부여잡고
울컥 울컥 터져나오는 짠 것들은
차마 지워내지도 못 한다
네가 올까봐 네가 올까봐
날아간 네가 다시 올까봐서
설익은 네가 다시 올까봐서
오늘도 차가운 불빛 아래 가만히 앉아
흐려진 발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공백.
아이야,
허기진 공간은 아무것도 삼키지 못 한다는 것을.
아무것도 없으므로 그득한 공간이 분명 있다는 것을.
침묵으로 그득히 들어찬 소음
공기만으로 그득히 차오른 바다
공허함으로 그득히 채워진 공간
아이야,
그 모든 것들이 우리 주변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잊지 말아라.
내게 전부인 아이야.
이처럼 너와 같이 공허한 것이 세계를 만든단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라.
네가 세계의 조각 조각이란다.
네가 이 세계의 전부를 채우고 있단다.
봄 여름 겨울
아득히 닿아오는 갈바람에 설움이 가득하다
어찌 그리 고달프오 어찌 그리 한이 가득하오
물어도 물어도 닿는 것은 그저 차가운 그리움
여름이 지나면 온다던 가을은 어찌하여 오지 않는가
여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가을을 찾아 헤메고 또 해매이네
바스락 낙엽 밟히는 소리가 처량하게 마음을 적신다
내 마음 이리도 축축히 젖어들었거늘
가을 낙엽은 어찌 이리 물기 하나 없소
원통하고 원통하여 물었네
비참하고 비참하여 울었네
그대 한 서린 울음에 가을도 울었을까
봄 여름 갈 겨울
가을이 와도
가을은 오지 않는구나
그대는 오지 않는구나
죽어가는 삶
멀디먼 심연 속에 깊이 빠져간다
내 어찌이리 원통한가, 하니
그제서야 두고 온 육지의 것들이 떠오르고
머릿속에 떠오른 모든 것과 함께
희안한 부유감에 육신이 두둥실 뜬다
아아, 떠오르는구나. 부풀어가는구나.
살아가는 이들이 태반인 세상 속에서
나는 살아가는 인생보다도 죽어가는 인생이 좋다고
침묵으로 소리내 외치는 반역자
보아라 오늘도 나는 죽어가느냐
보아라 죽어가는 이는 어찌나 아름다우냐
조그만 세상
파도가 시원한 파란색을 그려낸다
너도 시원한 파란색을 그려낸다
파도가 너를 보고 웃는다
너도 파도를 보고 웃는다
네가 웃으니 세상이 밝다
세상이 너로 인해 흐른다
파도가 너로 인해 푸르다
모든 꿈은 너를 위해 있다
이제는 내 꿈도 세상도 파도도
모두 모두 너인 것만 같다
전부 다 너를 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