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가위를 건네는 방법> 외 2편

by 슬이 posted Jul 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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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를 건네는 방법


믿을 수 있는가?

우리는 가위가 위험한 물건이라는 사실조차도

배워서 알았다는 사실을.


가위를 건넬 때에는

건네받는 사람이 혹여나 다치지 않도록

날을 잡고 건네야 한다고

가위를 건네는 법도 배워야했던 그때를

기억할 수 있는가.


혼자 나고 자란 듯한 얼굴을 하고

태연한 상처를 주고받는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잊고 있는지

과연 생각할 수 있는가.




꽃샘눈


그때 갑자기 눈이 내렸다

이제는 나아가자 한걸음 내디뎌보아도

발 아래 질척이는 슬픔이 밟혀

그 한가운데 나는 꽝꽝 얼어버렸더니


다시 한번 새하얗게 빛나보라고

뽀드득 하고 어여쁜 발자국 새겨보라고

지금은 한겨울의 너에게

봄날의 흰나비처럼 나는

눈부신 속삭임으로 보듬어주겠노라고

그래 어느 겨울날

봄이 오기 전 잠깐 빌린 하늘이라며

그때

갑자기

눈이 와주었다



이상한 밤


키가 큰 책장이 서 있던 자리에 침대를 놓았습니다.

조금은 낯선 그날 밤 처음 보는 빛에 나는 놀랐어요.

그동안 키 큰 책장에 가려있던 유리창에 달이 들어와 있던 거예요.

작은 방에 빛나는 것은

내 눈물뿐인 줄로만 알았는데!

달은 언젠가 내가 알아봐줄 날을 알고서

언제까지나 제 빛을 잃지않았으리라는

그런 생각을 나는 해봅니다.


조금은 낯선 그날 밤은

눈을 감아도 환한, 이상한 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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