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를 건네는 방법
믿을 수 있는가?
우리는 가위가 위험한 물건이라는 사실조차도
배워서 알았다는 사실을.
가위를 건넬 때에는
건네받는 사람이 혹여나 다치지 않도록
날을 잡고 건네야 한다고
가위를 건네는 법도 배워야했던 그때를
기억할 수 있는가.
혼자 나고 자란 듯한 얼굴을 하고
태연한 상처를 주고받는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잊고 있는지
과연 생각할 수 있는가.
꽃샘눈
그때 갑자기 눈이 내렸다
이제는 나아가자 한걸음 내디뎌보아도
발 아래 질척이는 슬픔이 밟혀
그 한가운데 나는 꽝꽝 얼어버렸더니
다시 한번 새하얗게 빛나보라고
뽀드득 하고 어여쁜 발자국 새겨보라고
지금은 한겨울의 너에게
봄날의 흰나비처럼 나는
눈부신 속삭임으로 보듬어주겠노라고
그래 어느 겨울날
봄이 오기 전 잠깐 빌린 하늘이라며
그때
갑자기
눈이 와주었다
이상한 밤
키가 큰 책장이 서 있던 자리에 침대를 놓았습니다.
조금은 낯선 그날 밤 처음 보는 빛에 나는 놀랐어요.
그동안 키 큰 책장에 가려있던 유리창에 달이 들어와 있던 거예요.
작은 방에 빛나는 것은
내 눈물뿐인 줄로만 알았는데!
달은 언젠가 내가 알아봐줄 날을 알고서
언제까지나 제 빛을 잃지않았으리라는
그런 생각을 나는 해봅니다.
조금은 낯선 그날 밤은
눈을 감아도 환한, 이상한 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