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by ghqkdeorkfl posted Mar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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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기의 고백

 

돈 때문에 쉽게 지퍼를 허락했던

낯선 이의 손길을 오히려 기쁘게 여겼던

그런 싸구려인 내가

바라봐도 될까요

 

낯선 이들의 향기로

이미 나만의 향기를 잃어버린

폐부 깊은 곳까지 지린내로 가득 한 내가

설레도 될까요

 

진한 향수로 독한 비밀을 감춘 채

고작 이 정도 죄책감만 안은 채

좋아해도 될까요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 있다면

내가 그 꽃이 되어도 될까요

당신은

그 꽃을

사랑할 수 있나요?


2. 액정보호필름

 

 

사랑은 액정보호필름을 붙이는 일

티끌 하나 오차 없도록 손끝으로 꾹꾹 눌러보지만

눈곱만한 먼지와 거품은 늘 남는 법

완벽한 이상형을 꿈꾸지만

어느새 빈틈투성이 그 사람이 내 마음속에

잘 짜인 드라마 각본을 바라지만

초등학교 백일장 같은 어설픈 우리 관계

 

이별은 액정보호필름을 떼는 일

마음에 들지 않아 여러 번 잡아뗐던 모퉁이는 어느새 너덜너덜

너무도 쉽게 떼어졌다.

잔인하게도 가볍게


3. 우리는 울면서 달렸다


난 늘 울면서 달렸다

지난 사랑이 아파서인지

보내는 나날이 벅차서인지

막역한 미래가 주는 두려움 때문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렇게 울면서 달렸다

울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그들의 말로

몇 장 남지 않은 희망을 뽑아 닦으며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위로와

금방 지나가리라는 입김은

위로받지 못하는 나를 만들었다

좀처럼 지나가지 않는 오늘을 보내는

결코 보상받지 못할 지금을 사는 우리를 만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달렸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 스스로를 속이며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스스로에게 속으며

 

 

 

4. 물듦

 

학창시절 미술 시간에 종종 장난을 치곤 했다

물통에 물을 한가득 채워놓고는

물감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그런 장난

 

물감이 퍼져나가는 그 모습이 무척 예뻐서

고작 몇 방울로 물들어가는 그 모습이 무척 놀라워서

 

너도 그랬다

그 어떤 계절도 흉내 내지 못할 색으로

그 어떤 나무도 뿌리 닿지 못할 곳까지

너의 그것으로 나를 물 들였다

 

아직도 가끔 그 빛깔이 그립다

그때의 내가 무척 예뻐서

그때의 네가 무척 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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