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분 응모 - <애증>외 4편

by 찬란한낙화 posted Apr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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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


화창한 날씨에 맞이하는 소나기와 같이

느닷없이

백지같은 새하얀 마음에

새까맣게 먹칠을 하더라


허겁지겁 달려가도 떠나가는 버스와 같이

허망하게

물에 빠진 생쥐와 같은 몰골에

붉은 빛 여운만을 남기더라


그럼에도

생명줄은 간신히 붙잡고 있는 노인과 같이

새빨간 저녁노을 공허하게 움켜쥐고

거무접접한 종이를 지우개로 벅벅 문지르더라


<花中花>


잿빛 하늘 아래

흩날리는 빠알간

꽃잎은 누군가의

발 아래 짓밟히고


허공에 떠올라있는

저물어가는 해는

어찌나 황홀하고

외로운지


이 내 심사

그에게 전하려

하니 허공에

산산이 흩뿌려진다


<섭리>


앙상한 나무에

화사한 꽃이

피듯이


공허한 마음에

빛나는 그대가

들어와


계절이 지나면

색바랜 꽃이

지듯이


시간이 지나니

변한 그대도

떠나네


<회소 回蘇>


퍼엉펑

터져라

나를 감싸는

모든 잡다한 것들이여

터져라


콰앙쾅

부서져라

나를 맴도는

모든 부정한 것들이여

부서져라


처얼썩

덮쳐라

나를 정화하는

시리도록 파아란 파도여

나를 덮쳐라


<원앙>


너는 봄이다.

따스히 내리쬐는 햇살아래

형형색색 꽃들이 피어나는 곳

그곳에 너는 있다.


나는 겨울이다.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아래

새하아얀 서리가 끼어있는 곳

그곳에 나는 있다.


눈의 사막을 지나서

물로 만든 십자가를 매고

그곳에 머무르는 너와 같이

나는 여름으로 가리


꽃이 지고 낙엽이 되어

찬바람이 몰아치는

가을이 올 때

그땐 내가 너를 보듬어

다시 봄까지 견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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