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차 시응모-해운대

by 포공영 posted Apr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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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과 털이 부딪힐 때의 쾌감


그는 항상 은밀하게 나를 찾아와

부드럽게 나를 감싼다

나는 그만 그 유혹에 빠지고 말았다


이렇게 무거울 수가

그는 힘이 너무 세다

아무리 밀어 내려고 해도

밀어 낼 수가 없다

그는 나를 덮쳤다

위에서 강하게 눌러 왔다

아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다

나의 두려움이 서서히

격렬한 환희로 바뀌었다

나는 황홀경에 빠진다

나는 계속 모험을 즐긴다

무엇이 이보다 더 달콤하리오


털과 털이 부딪힐 때의 쾌감


나는 슬며시 눈을 뜬다


장관님 의원님 총장님 회장님 판사검사 개새끼도

그 달콤한 유혹을 참지 못하는 구나

대한민국이여 깨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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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년 전에 태어났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렌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다

나는 문인文人 이라기보다는 더 무인武人이었을 것이다

밤마다 백탑서생들과 모여 영원한 제국을 꿈꾸었을 것이다

천하제일 검으로 강호를 평정하고 백동수와 친구하며

박지원과 함께 중국 열하도 갔다 왔을 것이다

수로도 만들고 규격화된 수레를 많이 만들어 각 지역 특산물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운반하여

우리 백성들이 비단옷입고 쌀밥 먹고 고기 먹고 잘사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품종 좋은 말을 많이 길러서

요동을 정벌하고 고구려의 영토를 확보했을 것이다

살인자를 제외한 모든 죄수를 방면하고

멀리 남도에 유배가 있는 정약용을 특별사면 하여 복권시키고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탈출시켰을 것이다


한사람의 영웅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언데

그랬을 것이다

조선의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아니 세계의 역사가 뀌었을 것이다


45억 년 전의 간절함이 있어

이 시대 이 땅에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이런 노래나 부르고 있는 나 안타깝구나


앞서간 초인이 지금 이 땅에 백마 타고 나타나

지금 이 세상 바꿀 수는 없는 것인가

타임머신 작동 안 되는가


나 다시 태어나 또

200년 전에 태어났다면 이라고 또 노래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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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봄은 해마다

요란하게 찾아오건만

오는 소리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침묵의 봄을 살았구나


뭐가 그리 바빴는지

앞만 보고 아등바등

내 욕심만 차리고

눈감고 귀막고 살았구나


봄이 오는 환희의 소리 듣고 싶어라

봄의 향기 느끼고 싶어라

침묵의 봄을 깨고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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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李白1)에게 감히 말 한다


야, 임마!

너는 애가 왜 그 모양이야

안 되는 줄 알면 포기 할 줄도 알아야지

뭐가 그리 잘 났다고

자신을 낮출 줄도 알아야지....


너는 가장으로서 임무를 소홀했다

자식만 낳으면 아버지야

아내에게 돈 한번 벌어줬나

아내가 그렇게나 말리면 들을 줄도 알아야지

허구한 날 친구 찾아 지인 찾아 방랑하며 술 마시며

평생 변변한 직업도 없이 사는 재주는 있었구나

아들로도 사위로도 빵점이다

이 시대 이 땅에 태어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알아라


그래도 말년에 깨달았구나

진정한 정치가 무엇인지

백성을 먼저 생각하고 위하는 것

그것을 알고 죽었으니 다행이다

어려운 시대를 살다간 슬픈 영혼이여!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안타깝구나

내가 너의 후손이다

어찌 비굴하게 허리 굽혀 권력에 아부하며

마음 펴지 못 하고 살 수 있으랴!

 

1) 이백 : 701~763 중국 최대의 시인이며 시선(詩仙)이라 불린다. 1100여 작품 현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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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개


이런 비를 우리말로 는개라 했는가

오늘 아침 는개를 본다


구름인 듯 안개인 듯 보이는 것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것이

오는 듯 안 오는 듯 하는 것이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어도 1)

들릴 듯 안 들릴 듯 하는 것이

맞아도 적시지 않는 것이

하늘에 떠있고

나뭇가지에 걸려있구나


그림을 그린다

선인의 산수화속에

눈 먼 처녀사 사는 산지기외딴집 객으로

이비 맞으며 빈 낚시 드리운 한가로운 쪽배의 강태공으로

깊은 산사의 밥하는 머슴으로

이런 날 먼 길 떠나는 고독한 선비로

깊은 산 높은 곳 고행의 수도승으로

천하를 호령하는 백호의 모습으로

나를 그려 넣는다


아 자연속의 한 점으로 묻히고 싶어라

 

1) 박목월의 「윤사월」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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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lee20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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