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해가 기울어지듯
네가 내게서 멀어지던 날,
나는
너의 발자국에 담겨
한참을 울었다.
내 눈물은
애달프게, 애달프게
너의 발자국에 담겨졌다.
내 눈에 가득한 애증,
너의 발자국은
나의 눈물로 차고 넘쳤다.
너의 발자국은
어여쁜 노을을 만나
눈부시게도 빛났다.
나는 이제 까치놀을 보고서
네 생각을 한다.
달이 없는 날
외로운 밤,
위로 좀 받으려고 올려다 본 하늘은
더 없이 까맸다.
오늘은 달이 없구나.
어쩌면 밝은 달은,
빛나기 위해
까만 하늘을 짓밟고 올라섰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까만하늘은,
자신을 희생하여
달을 빛나게 해주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사람들의 기도를 받은 달은
게을러서 오늘 밤에 떠야하는 걸 잊었을지도 모른다.
한반도
너무 추웠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살을 에는
그 차갑고 어두운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봄이 오길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맞서 싸웠다.
마침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오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겨울을 맞이해야 했던
우리.
언제까지 절벽위에 서 있어야할까.
언제까지 두 눈을 꼭 감고 있어야할까.
민들레 인줄 알았던 겨울은
수렁이었나보다.
사과의 마음
나중에 먹으려고
미리 깎아 두었던
사과의 마음이 변했다.
뽀얗던 사과가
울그락 붉으락 해지더니
또 쭈글쭈글 주름이 지더니
이내 마침 수분이 쪽 빠져버렸다.
욕심내지 말걸,
후회해보아도 이미
사과의 마음은 변했다.
있을 때 잘할 걸 그랬다.
눈을 감다
새삼스레 하늘이 예뻐보였다.
살면서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푸르른 하늘은,
오색 빛갈 나무들은,
언제부터 저리도 아름다웠을까.
이제서야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건
지금껏 내가
바쁘게 살아와서 였을까,
나쁘게 살아와서 였을까.
그 하늘이 너무 예뻐
오늘 딱 하루만,
세상에 눈을 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