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하루
이렇게 한 번 더 넘어지고
입으로 피식 하고 조소가 스며 들어간다
발전하긴 커녕 퇴보하는 하룻밤에 박장대소는 존재할 수 없다
그렇게 가슴에 박아댔던 각오들은 대체 무엇으로 박았길래
나 자신에게 물어 본다
대체 의미 있는 하루가 존재했었니
생각한다
대체 의미 있는 하루가 존재했었나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이길래 나는 다시 나풀거리며 검은 활자 사이로 몸을 숨겨 고민한다
숨 쉬는 것이 움직이는 것이 전부 나의 온전함이 아님에도 빚임에도
내 삶처럼 살아가는 것이 부끄러워서
더욱 의미 없어 보이는 나의 날 가운데서 생각한다
그렇게 의미 없이 보내던 1초가 지날수록
집게에 널려 찌그러진 심장이 펴지고 나의 마음도 펴지고
나의 하루도 펴지고
아니 사실 나의 하루는 펴져있었다
의미 있는 그 하루를 의미 없게 보낸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기에 이렇게 삶으로써 한 번 더 나를 사랑하기에
바람이 불어온다 마음이 흔들린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모든 것에 감사해야지
시계는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움직인다 아직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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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반짝거리는 태양빛이 사념처럼 강하게 날아와
깊은 표식을 남기고 가버리는
아물지 않는 지금은 여름이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열기는
전혀 반갑지 않지만 어찌하랴
나를 봐 주러오는 이는 이들 밖에 없다
내면 속의 외로움은 내면을 공유할 이가 없어서인지
그래서 더욱 무력한 여름날
무심히 밖을 바라보고 다시 허공을 응시한다
달궈진 도로 위 아지랑이가 어째서 내 맘에 있는지
모든 것이 일그러져 어느 것 하나 내 맘에 꼭 맞는 것이 없는
외로움의 불구덩이 속에 던져진 나를 끌어 올려 줄 이는
사랑하는 사람일까 나에게 소중한 사람일까
살아오며 보았지 않았느냐 모든 것이 일그러진 나의 삶에도 나를 완벽히 아는 이는 이 세상에 없지 않던가
사실이기에 정말 슬프고 슬픈, 그래서 외면했던 것은 이곳에서 홀로 일어서야 하는 그 사실을 행동해야 할 나 자신이 아니더냐
꺼질 줄 모르는 아지랑이를 나의 열정으로 바꾸고
다시 한 번 바라본 바깥 여름 풍경
눈부신 햇살은 되려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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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깃발의 펄럭임과 함께 출발한 기차는
슬며시 움직이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덜컹거리는 기차 때문일까 아니면 내 심장의 두근거림일까
인사할 새 없이 지나가는 풍경을 지긋이 바라보는 것이다.
옆 보지 않고 달려가는 기차는 어딘가 나와 닮아 있어
더욱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저 기분탓인가
종착역, 승강장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기차를 부러워하는 나를
동정하듯 기차는 나를 안고 달리기 시작한다
기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달리는 것이 듯이
나에게도 무언가 최선의 방법이 있겠지
순박한 마음이 세상에 절어 마치 갈변한 나뭇잎
그 나뭇잎에게도 꽃이 주어질지 잠시 사색해본다
기차처럼 흘러가는 인생처럼 내 달리기처럼
빠르게 시를 써 내려갈 순 없는 것은
빠르게 흘러가길 원하지 않는 나의 소망이
쓰는 펜을 잡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조금 더 사색을
펜으로 하나의 시를 쓰고 내 인생을 쓰고
시가 끝나면 하나의 인생도 감정도 완결되는 것인지
그것을 바라지 않는 나의 마음이 나의 모든 시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나를 위한 나를 또 다시 바래본다
나를 그리는 시간에도 기차는 달린다
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볼 수 없지만 바라본다
무엇을 행하여 아름다운 인생이 아니다
마음끼리 부대끼는 사람들 사이 저마다의 인생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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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스민 새벽
내 삶은 내가 갈 길을 아는 것 같이
분명히 내 삶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나의 주인인 듯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은
내 삶이 아닌 나였다
너는 아느냐 내가 가야할 길을
안다면 왜 알려주지 않느냐
무섭고 쓰디쓴 이 밤을 너는 같이 걷고 있지 않느냐
맞는 곳으로 박수 소리 한번 있다면
고민의 승화가 있으련만
걱정이 깃든 우리의 새벽 속에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펜으로 나의 길을 쓴다 조금 더 생각을 해본다
내 삶을 길들인다
나를 길들인다
아직 모르는 나의 길을 알고 싶어서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건
이 새벽의 끝에서 너와의 만남을 언제까지나 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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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도는 모든 것을 위하여
차마 나의 길이 두려워 들지 못한 것은
나의 행동인지
나의 마음인지
쓰디쓴 공기는 어찌할 수 없는 것 이었다
쓰디쓴 공기는 어찌할 수 없는 것 이었다
어찌할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나의 행동은 어찌할 수 없었던 것 이었다
지나가는 길의 가로등의 빛을 보기보단
가로등의 기둥과
그 그림자를 바라보는 마음이었기에
환한 빛 근처에서 맴도는 벌레는 아주 서글퍼진다
잠시 멈춰서는 그 때에
나의 행동이 위치한 곳은 밝디 밝은 불 바로 아래
밝디 밝은 불 바로 아래 위치한 내 행동은 아주 서글퍼진다
차마 나의 길이 서글퍼진다
불을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그것은
더 이상 벌레로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나의 행동은 나의 마음과 꼭 같다 지칭할 수 없게 되었다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맴도는 그곳은 언젠간 떠나게 될 것이라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이었다
다짐할 수밖에 없는 것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