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백두
달빛 천지 백두를 함양하니
온물이 결이 굽이쳐 일렁거리고
노래 가락은 등굽은 처녀 닮네
아지매의 한숨이 깊게 퍼져가고
달의 끝자락을 마주하네
인생의 남은 넒이를 계산하고
저수지의 깊이를 몸에 새기며
발판삼아 삶아 달아
끝을 곧 노래하며 만나자꾸나
힘차게 끝자락을 들추고
막바지 인생을 논하네
백구
서울동네 한구석 차지하고 있던 너
너는 늦깍이 봄즈음 눈을 닮았네
너를 백구라 부르자 가지런히 뛰어오네
햇살을 박차고 달려오니 그저 행복이구나
그저께도 이곳을 마지못해 쳐다보던 당신
다시금 눈 언저리를 흘기다
이내 눈을 마주하고 내 작은 세상을 짖밟네
우물 위 세상이 아직 내게는 초라한 꽃이네
더러운 색이 전부인 이 골목에서
당신의 입술에서만 색이 흘러나오네
모래성
누군가가 바다로 흘려보낸 모래한줌
어딘지 모를 해변에 부딪히네
지나가던 꼬마가 모래성을 쌓고
왕자님이 되는 꿈을 한참 꾸네
어느새 달이 호수에 가라앉아
하루간에 파란을 하소연하네
모래성은 그 옆에서 잠을 청하고
호수가 바람을 불자 진짜 성이 되네
형이 사라진 지난달
아직 못 잊은 어제같은 지난달을
서성거리며 형을 마중하네
형은 어느 날 문득 꿈을 삼켜 달아났네
헤진 장화 신고 해지는 날 갔네
나가며 어머니 어무이 속삭였지만서도
달만이 울며 그 앞을 막는구나
치이고 치여 어디로 갔느냐
나의 아들 나의 형님이여
길가에 체인 돌맹이 보고도 움찔
혹시 형이 돌을 차며 갔는가
혹여 형은 체이듯 도망친겐가
달을 해를 어머니께 바치러간 형이여
어머니께 해가 그대이리라
햇빛 쬐는 날
햇빛 쬐는 날 언젠가 보아
달빛 이고 스쳐가는 과거를
비웃어 그를 후회하게 하고
이카로스에게 투영하여 어리석게 사네
햇빛 쬐는 날 언젠가는 보아
투명한 나날에 스리슬쩍 훈수를
당장에 튕겨나가 태양 가까이
그럼에도 근심만이 남네
햇빛 쬐는 날 언젠가
평생 간직하던 날개를 떼고
햇빛 가까이 가는 날 언젠가
본명: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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