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물 >
잠자리 잠깐 자리를 빌려
날개를 누위네.
촐랑촐랑 처억 처억
쇠기둥에 몸통을 부비며
그것은 어디론가 날개짓을 할 뿐,
그 뿐이다.
< 줄이 그어진 종이 >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걸까?
그럼, 그 어딘가가 어디란 말인가.
모든 게 끝나버린 하나의 존재.
그것이 왜 이리도 시려 오는가.
차갑지 않게, 외롭지 않게
내 마음에 묻어 둘란다.
< 계절 속 걸음 >
처음엔 손주름에서 눈물같은게 나오더니
발부터 손도 발을 따라서 차가워진다.
가을이 오나보다.
< 네가 쏟아진다 >
머리맡에 둔 은하(銀河)의 한 조각.
분명, 나는 너라고 믿는다.
새벽과 맞닿은 밤이면 나는 어둠에 취해 눈을 감는다.
그리고 잠시 후, 어김없이 너는 나에게로 찾아온다.
희미한 빛이 머리카락에 스며들어
서서히 이마를 타고 흐른다.
눈썹털의 작은 정원을 지나,
두 눈두덩이의 골짜기로 담겨진다.
너는 잠시 미끄러운지 천천히 다가온다.
마침내 동글동글한 콧망울에 네가 들어온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청포도가 느껴진다.
향기처럼 빛처럼
네가 쏟아진다.
성명: 강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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