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콘테스트 시부문 응모 - 꽃샘 바람외 5편

by 나리목장 posted Mar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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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바람

  

밤새 내린 비가

꽃샘바람을 몰고왔다

구름은 험상궂게

구렛나루

턱수염을 날리며

바람을 부추긴다

 

베란다

문을 열고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섰다

성난 바람은

벽을 타고 올라

갈라진

페인트 사이를

비집고 파고들어

조각 조각

껍질을 벗겨낸다

하얀 페인트 조각이

바람에 날아 떨어진다

 

노란 개나리 꽃이

탱자나무

울타리에 숨어

꽃샘바람을 피해

떨고있다

 

성급한 매화는

밤새 머금은 빗물을

토해내며 입을 열었다

열린 꽃잎사이로

꽃샘바람이 불어

향기를 멎은 꽃술이

노란 머리를 흔든다

 

해묵은 벚나무에

터진 꽃망울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세상을 향하다가

꽃샘바람에 파르르

질린

입술을 떨고있다

 

 

 

 

    

봄의 소리       

 

겨울을 잘라내는

은빛 칼날이

하늘을 향해 번쩍였다

 

 

한파는

태산이

무너져 내리는

비명 소리를 지르며

잘려 나갔다

 

천둥소리에

놀란 광복이가

베란다를 향해

긴 혀를 뽑아

거칠게 짖어댄다

 

한줄기 소나기가

들깬 새벽을 깨우고

지나갔다

창틀에

고인 빗물이

떨어져 내린다

 

빗물은

파편으로 튕겨져

유리창에서

봄꽃으로 피어난다

 

뚝 뚝

떨어지는

빗물 소리가

다가오는

봄의 소리로

들려온다

 

 

 

 

개 화

 

봄눈에

독이 오른

두꺼비의 등처럼

오돌 토들

돋아난 꽃망울이

껍질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갓낳은 아이의

머리처럼

길쭉한 머리를

터진 껍질 밖으로

빼꼼히

세상을 향해 밀어낸다

 

봄을 알리는

세상의

소리들이 들려온다

 

할퀴듯 쏟아지는

따가운 햇살에

움추렸던 몸을 풀고

하늘을 향해 바라본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꽃이

개화를 부추긴다

 

세상 밖으로

머리를 내민 꽃망울이

하나둘

얼굴을 들어

함박 웃음으로 다가오고

개화한 꽃들의

축제가 열린다

 

 

 

 

    

등외 인생   

 

청군 백군 머리띠

이마에 동여 매고

여섯줄 하얀 트랙

달려온 인생 길

 

언제나

돌아오는 등외

밥상 받아들고

눈물 밥

말아 삼킨

흘러간 인생 길

 

백발 머리카락

머리위에 내려 앉고

이마에 일자주름

겹겹이 쌓여 있네

 

골깊은 팔자 주름

눈물 담아 흐르고

얽 히고 설켜버린

눈가에 잔주름이

흘러간 험난 세월

등외 인생 말해주네

 

 

 

 

 

가는세월

 

머물러 갈수 없는

무심히 가는 세월

삼백 예순 다섯 담긴

벽걸이 일일 달력

찢겨나간 세상 흔적

사라져 가는세월

정유년 남은 날이

세상 쫓겨 흘러가네

 

양력 섣달 그믐 밤에

칠흑같은 심산계곡

사찰에 불 밝히고

백팔번 타종 소리

산따라 계곡따라

울림되어 퍼져가고

 

보신각 제야 타종

국조 단군 얼 새기며

삼삼천 동서남북

유무선 전파따라

송년 새해 백성들께

무병 장수 빌어주네

 

송구영신 기도실은

교회 성당 종소리는

상처받은 세상 사람

눈물담아 참회하고

받지못한 주님 축복

새해엔 내려주소

 

머물어 갈수없는

남은 정유년이

세월쫓는 세상에서

쫓겨가듯 지나가네

 

 

 

 

 

 

시월의

마지막 밤

   

 

태화강 강나루에

억새꽃 피고

서럽게 흔들리는

그리움 너머

시월의 마지막 밤

깊어만 가네

 

황혼이 드리워진

가지산 기슭에

하나 둘 떨어지는

빛바랜 단풍잎

뒹구는 낙엽소리

세월 쫓는 소리에

시월의 마지막 밤

깊어만 가네

 

가픈숨 몰아쉬고

달려온 인생길

하나 둘 사라져간

그리운 얼굴들

서러운 그리움에

눈물 삼키는

시월의 마지막 밤

깊어만 가네

 

 

 

 

 

성        명     :     김  정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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