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회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응모 -<꽃이 아니었고,> 외 5편

by 미리버 posted Mar 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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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덜컹, 하고 지하철이

숨을 고른다.

달려왔으니 잠시 쉬는 것이다  이번 역에서는

또 어떤 피곤한 눈들이 탈까

목적지는 다양하고 내 자리는 이미 없는데

다시 가야만 한다.

지하철은 다시 달려간다

우리 새벽부터 그 다음 새벽까지

중간 중간 역에서 잠시 숨만 돌리고

그렇게 계속 하는 것이다

늘 같은 곳만 뱅뱅 도는 것이

환멸날 때도 있다

그래도 끝까지 멈추지는 않는다  덜컹, 하며 잠시 쉬고

포기하지 않는다 매일 완주 해낸다

      

 

 

꽃이 아니었고,>

 

살들이 늘어지면 거기에 아름다움이 있을지

궁금해 하지 않았었지

그저 짓궂은 상실의 표식일까

생각했네

 

당신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힘없이 추락하는 속눈썹에 싸여진

본 적 없이 자학 어린 눈이

내게 닿기에.

말하기를 봄꽃인 당신이 

가을 진 겨울에 이르렀노라 하기에.

 

그러나 아니다

피고 지는 것만이 계절이라면

순환하는 생명과 죽음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면

세상이 이처럼 아름다울 리가 없다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피는 것과 지는 것이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대는 사계절을 다 가졌는데

왜 한 계절만 그대 것이라 하나.

해가 지날수록

그대 얼굴에 뻗어나가는 나무 뿌리들이

힘차게 자라나며

매일 다른 새벽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그대와 다른 것을 보았다

꽃이 아니라, 발자국 하나 하나가 내지르는 무거운 박수 갈채였다.

 

 

중력>

 

땅으로부터 사람들을 잡아두는 힘은

중력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눈물, 후회, 미련과 사랑

하늘에서 날아와 하늘로 돌아가려는

우리 사람들은 무거워 진다

그것들로 인하여

 

 

다리들>

 

어찌하여 사람은 홀로 서나

70억 인구는 서로 무얼 보고

이렇게 좁은 곳에서

날숨을 섞어 마시고 들숨을 엮어가면서

만날 슬픔을 훔쳐댈까

 

저만치에 홀로 전기줄 올라앉은 새야,

목 길게 빼고 울다 어디로 가느니

여기 이곳이 너가 있을 자리다.

 

어찌하여 사람은 나무젓가락 한짝대기처럼

마을 어귀에 이제 하나 남은 정승처럼 고요히

또 잊혀진 여느 돌산의 수호신을 향한

마지막 기도처럼

그리 위로하도록 하였나

 

저녁 지나 느릿느릿 금빛 실타래들이

구름 한 말, 꿰어다

너 잇새서 난 한숨 타고 오면

하루의 고생이 

주일의 수고로움이

한 평생 꼬리를 빼고

그림자 되어 옆에 눕는다

 

거기 그렇게 계속

서있는 다리들아,

한숨 쉬는 다리들아

 

너희 모두 같은 땅 밟고서

서로의 그림자 들여다 보고 있다고



밤의 무도회>

 

밤의 고동소리는 이렇게 내게 또 한번의 자취를 남긴다

나는 그만큼 더 여물어가고 있다

밤은 고요히 깨어있으며 더 이상 어디에도 완벽한 새벽을 틈내주지 않는다

 

진실한 한숨은 노란 가로등 불빛을 타고 나무를 스치는 바람이 된다

자동차 바퀴 소리 들린다

저 자동차는 어디로 가나

이 밤은 어디로 흘러 어디에 닿을까

 

매일 날 밝기 전까지 나는

새 생명 되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밤의 신사의 손을 건네 받아 이 밤을 지난다

밤의 신사는 내게 어김없이 다른 날의 새벽 공기와 태양을 선물한다 내가 처음 눈 뜬 그 날부터 주욱.

그의 품이 퍽 아늑하다







이름: 김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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