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차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출품작입니다
1, 철죽에로의 투사
2, 그대를 가슴에 안았습니다
3, 그대의 손을 잡았습니다
4,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5, 다시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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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죽에로의 투사
새삼스레
그대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부터 지어집니다
내가
처음 그대를 만났던
비탈진 산길 아래 작은 다리 위
할머니가 쥐어주는
손목 잘린 철죽꽃 한 송이
아직은 너무나 어린 나이에
엄마의 손을 놓아 줄 수밖에 없었던
그런 시린 가슴으로
그대의 손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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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가슴에 안았습니다
만지면 터질것 같아서
스치면 떨어질것 같아서
가는 숨조차 쉴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오르던 언덕길가에
붉은 할미꽃 옆에 수줍게 않아 있던
그대 모습이 나를 닮아서
어린 마음
깊숙이 새겨진 슬픈 추억을 위로받고 싶어서
그대를 가슴에 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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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봄
좀 더 자란 모습으로 그대를 만나러 갔습니다
단발로 여미어진 짧은 머리에
품이 넉넉한 화려한 연분홍 드레스로 감싸고
비탈진 능선을 내려오던 그대
그 모습에 눈이 부셔
차마 발길을 옮길 수 없었습니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
작은 점 하나 찍고
내 곁을 스치는 그대의 화사한 모습에
그만 정신을 잃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연분홍 꿈을 꾸면서
나는 그대의 손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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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대를 만나는 기쁨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마을 앞
느티나무숲에 무지개가 걸리던 날
기린이 끌고 온 까만 네 바퀴에 구겨진 채
말 한마디 건네 보지 못하고,
이름이 무엇인지도 물어보지 못하고,
그렇게 두 번의 만남으로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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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곳으로
그렇게
아파트 담벼락의 빨간 줄장미가
여러 번 피었다가 지기를 수 십 번
세월의 힘겨움에 주눅이 들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갈 때
그대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파란 하늘 아래에서
그대의 손을 잡았던
그때를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이제
용기를 내어 그대를 다시 만나려 합니다
그리고 그 품에 안기려 합니다
내게 위로를 주었고
사랑이 뭔지를 알게 해준 그대를 만나려 합니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나를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대를 만났던 연분홍 들판으로
파란 봄바람과 함께 달려갑니다.
연분홍 사랑의 빛이
그대를 더욱 빛나게 하는
그곳으로
조성규, jsk2150@naver.com, 010-5746-5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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