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 녹음 외 2편

by 안도연 posted May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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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누군가의 비명 소리 가득했던 녹음기

 

누군가 비명을 소화해낸 목소리 담긴다

 

너는 노래를 불러라 나는 듣는다

너는 노래를 하여라 나는 녹음한다

지금 듣기 위해

나중에도 듣기 위해

그러니까 나중이란 말이 존재할 수 있을 만큼

오늘 하루만이 아닌 더 오랫동안 살기 위해서

 

눈을 감으면 목소리가 보여

멍울선 목젖에서 나오는 소리

가냘프다 그러나 신생아부터 우렁차다

알아듣는다 아니 알아듣고 싶지 않다

 

다만 확실한 건

차가운 낱말을 내뱉는 네 목소리는

얼음 위에 내 손을 올린 듯 차갑다 아니 따뜻하다

녹음기의 귀를 빌려 저장한 것을 듣는다

항상 마시던 쓴 커피에 설탕이 녹는다

 



 

청소

 

어제 쓸었지요

오늘도 쓸지요

쓰는 건 나지요

먼지가 나지요

 

빗자루 자락이 빠지면

쓰레기를 만든 거지요

쓸어도 먼지가 나지요

 

나조차 안 들어오겠지만

누구를 위해서 또 쓸지요

바닥을 위해서 쓸 거지요

 

쓰레받기는 쓰러져

먼지를 쓸어 담지요

휴지통에 털어내면

먼지는 떨어지지요

 

계속 이 방에 들어올 이유가 생겼지요

깨끗하게 못 살아도 깨끗한 곳은 맞지요

 

 

 

로켓

 

이 로켓 저 로켓

 

어디로 날아가나

목적지 분명한가

 

어디서 날아가나

준비는 끝냈는가

 

밖이 휑 아니 훤한가

새는 안 지나가는가

 

이 로켓 저 로켓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다면

날아가자 나아가자

나이에 불구하지 않고

나약함을 구하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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