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밤하늘에 붉은 소나기
팝콘과 함께 튀겨야지
바다에 가라앉은 강냉이
소금끼에 짭쪼름해지겠어
코를 찌르는 비린내
시큼한 달빛을 뿌려볼까
텁텁한 모래알들은 어때
아냐 목 맥힐지도 몰라
파도거품 물고 쓰러지자
간밤에 취해봐야지
폐지 줍는 학생
학생들의 등은 굽었다. 모두 땅바닥을 보고 걸어간다.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든 말든, 케케묵은 꿈이 매연처럼 날아간다. 왜 꿈이 없니? 교문 앞 선생들은 소리친다. 학생들은 어쩔 줄 몰라 저마다 끌고온 리어카를 뒤져본다. 그러나 페지들만 한가득이다.
독사와 키스
붉은 뱀이 내 목을 타고 올라와 꽈리를 튼다. 오돌토돌한 내 목뼈를 쓰다듬으며 실로폰연주를 한다. 파르르 떠는 비늘, 부스럼. 붉은 꽃잎이 떨어진다. 뱀은 꽃잎을 물고, 나도 꽃잎을 문다. 비늘끼리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흩날리는 꽃잎들. 토해내는 천수화.
눈물
야트막한 새벽, 할머니의 주름살에 이슬이 내려앉았다. 밝아오는 태양 등지고 길어져가는 제 그림자 보며 한숨쉰다. 닭이 아침을 마시면, 꼬끼오 총성같은 장군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눈망울에 도축장이 비쳐보이던 송아지의 울음. 맺힌 이슬은 아침이 되어 사라지고, 자국만이 깊은 주름을 더 깊게 팰 뿐이더라.
약탈
고개 숙인 갈대밭, 파도가 출렁이고
고동소리 울려퍼져 허수아비 닻을 올린다
바람이 기울면 해적떼가 날라들고
가진 것 없는 우리는 목숨을 내놓는다
이 름 : 유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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