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바라기
조용히 떠오른다
알아주지 않지만
알아주길 바라지 않는다
그렇게 어느샌가
밤하늘을 밝히고 있는 너는
모두 잠드는
긴 새벽을 홀로 지킨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온 세상이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릴 때
소리 없이 희미해지는 너를 바라보겠다
자국
그 자리 네 온기는
며칠 밤의 눈물과 함께 사라졌지만
꾹꾹 눌러 쓴
네 이름은
지워도 지워도
자국이 남아 있다
다시는 누군가를
가슴에 새기지 않으리
다짐했던 나는 오늘도
네 자국을 어루만지며 잠이 든다
부서지다
수도 없이 부서졌지만 여전히 아프다
참다못해 친 발버둥은
더 큰 파도를 일으켰고
부서진 자리에 남은 하얀 거품들은
갈기갈기 찢어진 상처와도 같았다
거친 파도 하나 없는 인생이 있겠냐마는
잔잔하던 그 때가 한없이 그리웠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온몸으로 견디는 그리고 삼켜내는
흐린 날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바다를 보며 생각에 잠겨요
지겹게도 둘 사이를 갈라놓던
수평선마저 보이지 않으니
왠지 나도 세상으로부터
감춰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하늘과 바다가 하나가 될 줄
안개가 짙어서 보이지 않나요
나 지금 그대 곁에 와 있는데
바람처럼
이유 없이 불어오는 바람처럼
그대, 내게로 왔지만
정처 없이 스쳐가는 바람처럼
그리 서두르지는 말아요
못 이기는 척 머물러요
내 안에서 맴돌아요
부디 오래
부지환 (boojh516@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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