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해
온 몸이 지치고
창밖엔 비가 오는 아침에도
밥통을 열면
언제나 따뜻한 해가 뜬다
해는
아낌없이 제 몸을 퍼주며
오늘 하루도
어스러지게 씹어라고
나에게 말한다
슬픔도
눈물도
꼭꼭 씹어 삼키라고
밥통 안에 뜬 해가
따뜻하게 웃으며
나에게 말한다
밥
마음이 추울수록
밥통 안에 있는 밥알처럼
서로 껴안고 살아야지
춥다고 돌아 앉아
혼자 떨어져 있지 말고
더운 김 팍팍 내며
서로 부둥켜안고
뜨겁게 살아야지
그림자
바람이 불면
꽃 향기는 날아가도
꽃 그림자는
그대로 있듯
이별이 내게로 와
그대는 떠났지만
그대와의
아름다운 추억은
그대로 남아있네
지금 밖에
바람이 부니
꽃 그림자 같은
그대가
내 마음 안에서
가만히 흔들리네
봄
다시 또
봄 입니다
당신이 내게 오시니
까만 밤에도
환한 봄 입니다
당신이 웃으시니
추운 한 겨울에도
따뜻한 봄 입니다
당신을
볼 때마다
나는
봄 입니다
눈 동 자
그대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 보니
그 안에
내가 보입니다
동전만한 그대 눈 안에
내 온 인생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그대
눈 한번 깜빡 일 때 마다
내가 피고
내가 집니다
노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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