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분 공모- 지렁이한테는 세상이 느리게 움직일까 외 4편

by diddid posted Dec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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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한테는 세상이 느리게 움직일까


그냥 마음이

울적해지는 날엔

밤 산책을 가곤해.


어두운 하늘

노래와 생각에 빠져서 걷다가


캄캄한 하늘

가로등 아래 너를 보았지.


문득 바보 같은 생각이 든거야.

지렁이한테는 세상이 느리게 움직일까.


가끔은 세상이 느리게 움직였으면 해.

내가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아이야 나무를 흔들지마


그 날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어.


시원한 가을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


어쩌다 너를 보았지.

내게로 다가오던 너


그 땐 알지 못했지.

내게 어떤 사람이 될지


그러더니

나를 세게 흔들더라구


난 아프다고 소리칠 수도

뿌리칠 수도 없어.


그저 너를 따라

움직일 수밖에...


라떼 한 잔 손님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따뜻한 음료를 찾는 손님이 많아진다.


조금 여유로울 때

라떼 한 잔 손님은 반갑다.


커피를 내리고

우유를 덥히고

거품을 만들어

머그잔에 얹으면


겨울 특유의 나른한 햇살에

매끄러운 표면이 반짝인다.


손님에게 가는

라떼 한 잔을 바라보는 그 찰나의 순간


금방 사라져버릴

이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다음 생엔 고양이로


우리 학교엔

고양이가 여럿 살고 있다.


걔네들은 이름도 있다.

치즈, 까망이···.


옆을 지나가기만해도

사람들이 미소 짓는다.


배를 보이며 애교를 부리면

꺄르르 웃으며 맛있는 것도 준다.


존재만으로 사랑 받는 존재


다음엔 꼭 고양이로 태어나야지.


전기장판에서


전기장판 아래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나서는


지하철 역을 나오며

치명적인 붕어빵 냄새에 혹 하고


점심으로 겨울에는 뜨끈한 칼국수지! 하며

후후 불어서 국물까지 쭉 들이키고는


무료해지는 오후

따끈한 라떼가 생각나고


집으로 돌아와 

뜨뜻한 물로 샤워하고는


다시 전기장판에 앉아 

귤 까먹는 나를 상상할 때


‘아, 겨울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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