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창작콘테스트 응모(시)

by 왕십리 posted Feb 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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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금도 명천마을>

 

 함박눈이 송이송이 내리는 밤

 노루꽁지만한 하루 해 싹둑 잘라먹은

 명천마을 사내들 네댓 명

 선창가 폐선으로 누운 선술집

 뻘건 갈탄난로에 둘러앉아

 시린 해풍에 저린 몸 미역처럼 말린다

 이따금 토해지는 굽갈래 기침소리

 갈탄난로 위 여린 꼬막들은

 해소끼 같은 허연 거품을 내뿜고

 먼 바다 거센 파도

 수만 번 접었다 폈을 늙은 사내는

 구릿빛 마디 굵은 손마디 뚝뚝 꺾으며

 누런 양푼에 찬 소주를 친다

 바다의 삶이란 때론

 만선의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때 아닌 난파에 찢긴 걸그물 같아

 순항치 못한 영광과 포부

 짠기 배인 시린 눈빛에 지우며

 막배 끊긴 선창가

 눈은 소문난 허풍쟁이처럼 나리고

 더 이상 비울 것 없는 사내들

 저마다 뜨건 가슴에 찬 술을 부으며

 오래 전 목젖 깊숙이 삼킨

 질기데 질긴 허연 침묵

 밤새도록 찌개처럼 끓인다

     

 

    <고니>

 

 징글맞을 배암을 목도리마냥 두르고 연습했다는

 이 나라 명궁(名弓)들의 소문이

 세상 파다하게 떠돈 날

 인력소를 공친 나는 물 풀린 샛강에 나가

 고니를 본다

 멀리 가까이 처연히 돌부리에 올라

 내 한 번도 겨냥 못한 과녁, 빈 허공

 일점을 향해 시위를 당긴다

 내 예전 뒤틀린 맘에 무방 쏘아댔던

 그 빗나간 화살들

 지금 어느 가슴 시린 상처로 꽂혀 있을까

 검은 활촉 겨드랑에서 뽑아 든 고니

 일순간 바람의 힘줄 출렁이며

 몇 방울, 물 돌부리 튕기자

 치솟아 날아오르는 화살,

 그러나 지상엔 상한 자 없다

 

    

    <진눈깨비 허기지게 내리는 날>

 

 몇 날을 공치다 집 부수러 간다

 처음 해보는 일이나 하루 일당 팔만 원

 가슴 뛰는 액수다

 머리통만한 쇳덩어리로 집을 부순다는 게

 내겐 드물게도 신나는 일인지라

 무너져라 벽장을 내리칠 적마다 힘이 더한다

 가능한 한 방이다

 부실한 내 삶의 외곽을 깨부수듯

 단 한 방에 끝장내는 거다

 나는 그렇게 손에 침 바르며

 벽장을 내리치는데

 난데없이 천장 위에 악쓰는 소리,

 저 새끼, 순서도 모르는 순 깡통 아녀!

 삽시간 달려온 십장

 내 시린 양 볼을 내리갈긴다

 나는 그렇게 반나절도 아니 되어

 뺨 맞고 쫓겨났다

 쌀눈 같은 진눈깨비 허기지게 내리는 날

 

 

    

   <서울로 가는 황소>

 

 이젠 떠나야할 시간

 싸리문 밖 1.5톤 트럭 당도하고

 워낭을 떼고,

 고삐를 풀고,

 멀리 집 떠나는 자식 위해

 다순 밥 한 끼 내주듯

 데운 뜨물에 여물을 쑨다

 시리고 매운 연기 탓만은 아니리

 숯검정 부지깽이 아궁이에 처넣으며

 오래 된 정한 말로서 풀지 못할 속엣것

 고개 접어 저린 가슴에 묻고

 소처럼,

 소처럼,

 먼 산 향해 젖은 눈발울 굴리시는 할매,

 

 황소,

 그 맘 진즉 다 안다는 듯  조용히

 발을 뗀다

 

    

   <귀한 잣대기 >

 

 오만 궁리 끝에 잣대기를 머리맡에 두었다

 진종일 마른 볕 한 조각 들지 않는

 음습한 천장

 일 년 열두 달 질기데 질긴 어둠을

 시도 때도 없이 파먹는

 저 놈의 서생원들

 나는 저들의 소행을 곰곰이 생각하건데

 저문 이 하루도 어제나 별반 다름없고

 오늘 살고 살아지는 게 늘 가슴 휑하거늘

 쌀 한 톨 없는 마른 천장

 복창 터지게 난장을 쳐대는지

 차라리 맵싸하고 짭짤한 내 가난이나

 속 시원히 물어 가면 좋으련만

 저 달리 나 여기 뜨면 갈 곳 없고

 먹여야 할 식속들 또한 많아

 내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기인 잣대기로 꾹꾹

 마른 천장 내찌르는 건데

 그 맛도 요사이 솔솔 재미나

 빈둥빈둥 일삼아 찔러보는데

 이런 내 맘 아내는 아는지 모르는지

 당장 천장을 뜯어 고치던지

 아랫초시로 이사를 가던지

 양자 택하라며 휘익 걷어차부린다

 내 귀하데 귀한 잣대기를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송림리에 있는 마을

 

 

                                      ⌈월간문학 한국인9차 창작콘테스트 응모

(웅모분야 : 5)

 

       응모부분 : (5)

 

         ▷ 성 명 : 김회권(金會權)

 

        ▷ 주 소 : 광주광역시 서구 운천로 162번길 43-13(쌍촌동)

 

      전 화 : 010-6674-1906

      메 일 : hoigue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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