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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선 뒤통수만 보인다

 

천 만대가 넘는 자가용 중에,

그 중에 한 대만 내 것이어도 왼쪽 앞자리에 앉아 유리창 너머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발라드 음악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막히는 출근길이지만 탁 트인 시야와 귓가에 울리는 부드러운 노랫말은

그래도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든든함을 더해 준다

느릿느릿 가지만 정차하는 그것보단 빠르고 터벅터벅 그들보단 빠르다

다행히 난 천 만명 중의 한 명이기에 아침에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도 견딜만하다

 

옷깃을 부여 잡고 10분 먼저 약속 장소에 나온다

행여 뒷 차가 빵빵거려 아침부터 그 분의 심기를 거드리면 나 역시 하루가 불편하기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나는 늦으면 안 되기에 먼저 도착하지만 차는 늦어도 되기에 오늘도 기다린다

저 멀리 비상등이 켜진 차가 보이면 두 눈을 크게 뜨고 번호를 확인하다

그래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얼른 탈 수 있기 때문이다

15, 차가 도착한다

5분 늦었지만 10분 늦지 않았기에 환한 미소로 차에 올라탄다

어색한 아침 인사지만 이렇게 웃으며 인사하지 않으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이 내내 나를 조여온다

하지만 유리 너머로 확 트인 시야가 있기에 오늘 하루도 좋은 일이 일을 것만 같다

 

시간을 계산하고 옷은 너무 두껍지 않게 입는다

어제 먹은 술이 아직 깨지 않았기에 걷는 시간 10분을 추가한다

차례 차례 줄을 서서 직사각형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며 하루가 시작된다

초등학교 다니며 동그라미, 세모, 네모, 사다리꼴, 마름모 등 다양한 도형을 배웠지만

이 중에 직사각형이 내겐 익숙하다

넓은 유리 너머로 세상을 보고 싶지만 역시나 오늘도 작은 직사각형 유리창만 보인다

어제는 그 사람 뒤통수만 계속 보았기에 그나마 작은 유리창을 본 오늘은 행운이다

사람이지만 여기 버스만 타면 옆으로 가는 게가 되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앞으로 걸어가야 맞지 않나라는 이상한 생각을 가져보지만 몸이 지쳐가기게 생각하기 싫다

유리 너머로 내 한숨 소리가 들리면 좋으련만 굳게 닫힌 유리창은 손이 닿지 않아 열수가 없다

앞에서 타고 앞에서 내리는 친구들, 앞에서 타고 뒤로 내리는 나,

그들과 간격이 조금씩 더 벌어지는 것만 같아 아침부터 힘이 빠진다

언제쯤 앞 사람 뒤통수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언제쯤 탁 트인 유리 너머의 넓은 세상을 쳐다 볼 수 있을까?

 

오늘도 책 한 가득 담은 가방 들고 직사각형 책상이 반듯하게 놓인 그곳으로 간다


젊은 친구

 

터진 울화를 참으며 오늘도 먹이를 찾아간다

멀리서 전해오는 페로몬 냄새를 맡으며 본능적으로 걸어간다

아직은 더듬이가 튼튼하기에 문제될게 없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하는 일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내가 주는 먹이만 받아 먹고, 또 누구는 이렇게 멀리까지 애쓰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감각적인 페로몬향은 내 신경을 가만히 두질 않는다

무언가 나를 그곳으로 끌어가니 왜 왔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6,25 전란 때도 이러지 않았는데 머리에 이고, 등에는 지고 걷는다

먼저 앞서 가고 싶지만 그렇게 하질 말란다. 그냥 줄 맞춰 가란다

 

사농공상이 따로 없건만 언제부터 하는 일이 이렇게 갈리었단 말인가

나보다 덩치도 크기에, 먹는 것도 많기에, 말도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 분을 삭인다

그래도 함께 분을 삭이는 친구들이 있기에 오늘도 음료수 한 잔에 속을 달랜다

수는 많지만 달려들 수 없는게 운명이라 여기며 나를 자극하는 페로몬 냄새에 이끌린다

 

, , 떨어지는 담뱃재에 화들짝 놀란다

항상 저 자리에 저 시간에 삼라만상 걱정은 자기가 다 한 것 같은 인상을 쓰고 서 있다

그러곤 우리를 노려보며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지으며 욕지거리를 한다

분이 다 풀렸는지 침을 퉤 밷으며 다시 좁은 문으로 사라진다

 

젊은 친구가 예의가 없기는,

다시 페로몬 냄새에 취해 본능적으로 걷는다



어머니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다

 

눈을 뜨니 햇살이 하늘 너머 중천에 떠 있다

세상을 투정을 안주 삼아 그 녀석과 술 한 잔 한것이 화근이다

찌뿌둥한 몸을 비비적 거리며 주섬주섬 가방에 책을 담는다

굳어버린 몸 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더 크기에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온다

매일 매일 가야할 그 곳이 있기에 어디 간다 어머니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

죄송한 마음에 평소 꾸역꾸역 먹던 아침을 거르려 했건만

헤진 밥상 위에는 밥과 반찬이 조용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못난 자식 먹으라고 밥상을 차리셨나 보다

자신은 밥에 물 말아 먹고 가셨지만 자식놈은 그리 보낼 수 없으셨으리라

국은 식어 차가웠지만 그를 준비해 놓으신 어머니가 생각나 외면할 수 없다

따뜻하게 데워진 국물을 속에 담으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따뜻해짐은 뜨거운 국물 때문이랴, 아니면 새벽부터 못난 자식을 위해 준비한 어머니 마음 때문이랴

뱃속의 울렁거림으로 밥 한 톨 잘 씹히지 않지만 그래도 입에 집어 넣는다

그리 집어 넣어야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으리라

 

두꺼운 책을 보며 오늘도 씨름하니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밝은 불 빛 속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 얼굴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 밟음 속에 들어갈 날의 희망이 있기에 모두 그 자리에 앉아 있는다

그들보다 먼저 일어나면 안 될것만 같아 항상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 놓는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에 남들보다 먼저 일어선다

매서운 밤 공기가 볼을 스쳐가지만 한 손에 들려진 케이크를 보니 추운 줄 모르겠다

초는 큰 거 다섯 개, 작은 거 한 개 주세요

화려한 반지, 반짝이는 목걸이를 사 주고 싶지만 올해도 케이크 하나 밖에 살 수 없는 내 모습이 미안하기만 하다


올해는 더 미안해지지 않기 위해 집에 일찍 갔건만

어머니는 제 손으로 생일상을 다 차리시고 미안한 케이크를 들고 가는 자식을 기다리고 계셨다

제 생일상이건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없고 죄다 내가 좋은 것 밖에 없다

비싼 케이크 안사와도 되는데 뭐하러 사왔냐는 말에 더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불빛을 뿜으며 서 있는 초를 보니 오늘 따라 어머니 얼굴이 선명하게 보인다

언제 이렇게 주름이 늘었을까?

곱디 고운 얼굴은 언제 이리 늙으셨나?

하지만 어머니는 촛불 너머 자식놈만 보이는지 내 숟가락에 고기 한 점 올려 놓는다

어여 맛있는 거 많이 먹으라고 또 고기 한 점 발라 놓는다

자식 마음 무거울까,

 자식 마음 부담될까 많이 먹어라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다

어머니는 오늘도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다


햇빛은 언제쯤 볼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정착 역은 노량진입니다

오늘도 안내 방송에 따라 자리에 일어서고 문을 나선다

머리는 가고 싶지 않다고 발버둥을 치지만 몸은 계속 가라한다

햇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공간 속을 걸어 걸어 올라간다

앞사람 꽁무니만 보고 올라가지만 뒤에서 밀어주니

올라가는 길이 한결 가볍다

 

이제야 빛이 보인다.

그래도 꽁무니 행렬은 멈추질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상이 너무 익숙해져 있다

머리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몸은 계속 가라한다

이제 하나 둘 아는 사람들이 보인다

말을 건네고 싶지만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다

다시 햇빛이 사라진다

앞사람 꽁무니만 보고 엘리베이터에 타지만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니 좁은 공간이 한결 가볍다

 

오늘도 앞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다

돈을 써서라도 저 자리에 앉고 싶지만 마음만 가득하다

주머니에 무얼 하나 넣기를 바라지 않는 츄리닝이기에

동전하나 내겐 사치다

 

전등 빛 말고 따스한 햇빛이 보고 싶다

천하세상 모두에게 공평한 햇빛이라 들었는데

그대들에게만 공평하다면 불공평 아닌가?

오늘도 이런 잡생각에 앞자리가 간절하다

 

자리에 일어나 내려간다

머리도 가고 싶어 하고 몸은 힘차게 가라한다

앞사람 꽁무니 따라가는게 너무나 기쁘다

전등 빛도 사라지고 기다리던 햇빛은 이미 사라졌단다

그래도 가로등 불빛이 환히 내 앞길을 밝힌다

언제쯤 햇빛을 볼 수 있을 건가.

 

이번 정착 역은 길음역입니다

오늘도 안내 방송에 따라 자리에 일어서고 문을 나선다



전상현/35

010-6523-2642

하루 하루 버겁게 살아가는 힘든 청춘들이 생각납니다.

열심히 공부해도 직장 구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보다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청춘들,

하진만 가족들이 있기에 힘겹지만 버텨 나가고 있는 그들입니다.

대한민국의 청춘들에게 이 시들을 보냅니다.


  • profile
    korean 2016.02.28 23:21
    저도 길음동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열심히 정진하시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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