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창작콘테스트 공모전 시 부문 - '첫사랑의 법칙' 외 4편

by 만허 posted Apr 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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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법칙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씻을 길 없어 마냥 느낀다

두 볼을 타고 흘러 옷깃을 적시니

춥다

 

차가운 너의 말

비수처럼 내 가슴에 꽂혔다

떠나는 너, 그리고

홀로 남은,

 

너의 향기 사라질 즈음

다가오는 어둠

이렇게 시들어 가는

나의 첫사랑

 

방외인

 

배 저어 가네

과묵한 청년

뒤 돌아 보지 않고

 

앞에는 이름 모를 적막강산

외로운 이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나를 알아줄 이는

결국 나뿐이구나

텅빈 강을 보며 한숨쉬지만

 

물가에 비친

나조차 꼴보기 싫으니

어디로 간들 행복하리


사색

 

가끔은

주저 앉아도 좋다

 

정전으로 보던 텔레비전이 안 나올 때

20분마다 오는 버스 한 대를 어쩌다 놓쳤을 때

그럴 땐 그냥 주저 앉아

이런 저런 사색에 잠겨도 좋다

 

사는 게 뭐 별건가

지금은 밀린 월세 마련 걱정

나중엔 전세방 마련 걱정

지금은 라면밖에 못 먹는다고

나중엔 밥밖에 못 먹는다고

 

사는 것이 뭐 별 게 아니라서

텔레비전은 다시 켜지고

버스는 다시 온다

그대는 털썩 주저 앉았다가

때 되면 바지를 툭툭 털고

일어서면 된다


부재하려는 존재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 뒤엔 왜 늘

가혹하게도

불행이 따르는 걸까

 

삶은 이상해서

어제 먹던 맛 좋은 밥이

오늘은 싫어지곤 하지

 

그러나 존재여

부재를 소망하지 마라

 

살아있다는 건

내일은 어쩌면

웃을 수도 있다는 것

 

마직막 얼굴이

그래도

웃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방란장에서

 

구보는 오늘도

방란장 녹슨 문을 들어선다

 

여느 때처럼

젊은 주인장은

파이프를 끔뻑거리며 반긴다

 

술 한 잔 하겠나?

구보는 고개를 젓는다

아닐새 할 말이 있어 왔네

 

주인은 눈을 끔뻑거린다

고개를 외로 꼬며 묻는다

 

무슨 일인가?

나와 같이 나가세

이제 그만, 이 방란장을 벗어나세

 

구보의 말에

주인은 놀라 눈이 동그래진다

핏줄 선 두 손을 불끈 쥐고 말한다

 

세상은가슴시린곳그런험한곳으로나를이끌것이라면나는원치않는다내겐최후의성루같은이방란장이있다나는여기이방란장에서이렇게영원히담배를꿈뻑거리며벽에걸린부엉이그림처럼살아있을것이다나는알고있다이세계를넘어서는순간나라는존재는부재가되어버리고나는진실이라는태양아래여지없이녹아버릴하나의슬픈역사일뿐이란것을그대여이제그만나를찾아오게나나를그만잊어주게나내슬픔의눈물이글을적시고이방란장구석구석차오르면나는지체없이나의멍든폐를찢어내가사랑하던여인들의품으로돌아갈테니나는동경으로향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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