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몽(夢)-4
- 은유시인 -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광야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꿈틀꿈틀 너울너울
그 살아 있음에 문득 섬뜩하다
시야는 열린 듯 그러나 닫혀있고
의식은 펼쳐진 듯 그러나 걷혀있어
사방에서 욱죄어오는 폐쇄공포에
가물거리던 의식은 어느새 혼돈으로 그득 찬다
사각거리며 물어뜯는 시각(始覺)의 벌레소리가
모든 신경계 곧추세워 전율(戰慄)케 하고
물커덩거리는 기분 나쁜 촉수(觸手)의 감촉이
모든 세포를 발기(勃起)케 한다
옅은 빛은 사그라지듯 자취를 감추고
암흑은 쉴 새 없이 분열을 거듭하는데
어스름한 물체들은
이리저리 제멋대로 자리 옮겨 앉는다
발걸음 제아무리 옮기려 해도
수천 근 족쇄로 채워진 듯 떼어지지 않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려 해도
수만 근 추로 짓눌린 듯 옴짝달싹 않는다
저승사자의 손짓이 보이고
저승암홀이 벌름벌름 삼키려드니
숨소리 점점 가빠지고
심장은 요동으로 터지려한다
- 살려주세요!
2002/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