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친구(親舊)[1]
- 은유시인 -
석양노을 향해 희미하게 멀어져가는
뉘 그림자만 보고도
괜히 마음이 심란하여 울적해질 때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지
서커스단의 꽤나 익살맞은 피에로같이
내게 흥겨운 웃음 안겨 주리라는……
구불구불 골목길 흐릿하게 밝히는
가로등 불빛만으로도
괜히 처량한 기분에 휩싸일 때
하염없이 생각나는 얼굴이 있지
어릴 적 뛰놀던 우람한 자작나무 등걸같이
늘 마음 놓고 기댈 수 있으리라는……
소슬한 가을바람에 낙엽 뒹구는
바스락 소리만으로도
괜히 가슴속 텅 빈 공허함 느낄 때
정겨운 눈길 주고받고 싶은 얼굴이 있지
영원히 마르지 않을 그 깊디깊은 심연(深淵)같이
내 허기진 속내 그득 채워 주리라는……
쇼윈도에 비쳐진 내 추레한 모습 바라보며
갈 바 몰라 헤매는 것만으로도
괜히 뜻 모를 분노가 마구 솟구칠 때
간절히 두 손 마주잡고 싶은 얼굴이 있지
천년세월 온갖 풍상(風霜) 버텨온 듬직한 바위같이
언제나 변함없이 내 곁 지켜 주리라는……
끝없이 이어진 기찻길 침목 징검다리삼아
깡충깡충 건너뛰는 것만으로도
괜히 들뜬 행복에 겨워 휘파람이 절로 날 때
어디든 동행(同行)하고 싶은 얼굴이 있지
무리지어 줄줄이 날아가는 서녘하늘 기러기 떼같이
내 생 마감 그 순간까지 늘 함께 있어 주리라는……
…… 친구야
…… 고맙다
…… 친구야.
2009/09/27/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