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태양의 제전(祭典)
- 은유시인 -
태초에 하늘과 땅이
열리고, 억만 겁의 세월이 흐르자
이 땅에 홀연히 불을 지피는 자들이 나타났다
언제부턴가 선택받은 자들이 광야에 모여들고
그들은 우주의 정기로 끊임없이 타오르는 태양을
거룩한 신으로 모시게 되었다
태양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
가장 높이 나는 새, 앨버트로스보다 더 까마득히
떠있는 존재지만, 그 파괴적인 광기는 세상을
송두리째 태울 수 있기에 두려움이었다
선택받은 자들은
하늘 맞닿은 신성한 곳에 거대한 신단을 짓고
부족인 가운데 가장 순수한 영혼인
어린소녀를 간택(簡擇)하여 그녀의 채 피다 만 비릿한
순결을 태양의 제단에 기꺼이 바쳤다
선택받은 자들의 거룩한 의식은
깃털처럼 날아올라
골 깊은 광야를 건너고 높이 치솟은 산악을 넘어
온 누리에, 온 부족에
말발굽 달린 소문으로 퍼져나갔다
보라,
선택받은 자들의 염원이
1억 도의 플라즈마(plasma)되어 태양에 맞닿아 있고
선택받은 자들의 핏줄이
강물 되어 이 땅에 도도하게 굽이치고 있음을…….
20141029/0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