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풀잎
- 은유시인 -
찬 이슬 맞은 국화처럼 수수하지도 않고
모락모락 피어나는 안개꽃 같은 화사함도 없고
붉은 장미처럼 정열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얀 백합 같은 고귀함도 없다
흔하디흔한
그래서 아무렇게나 내딛는 발에도
쉽사리 밟히는 것이 너라면
오히려 너는 두려울진대
거친 비바람일지라도
혹한의 찬 서리일지라도
모진 눈보라일지라도
장구한 세월
늘 한결같이
너의 끈질긴 생명력은 연연(連連)하구나
가식도 없으니 허물이 없어라
기교도 없으니 허점이 없어라
교만도 없으니 질시도 없어라
애증도 없으니 속박도 없어라
가장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추면서
가장 높은 곳으로 절개를 드러내니
차라리 그것이 환희일진대
차라리 그것이 축복일진대
차라리 그것이 영광일진대.
2002/11/12/0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