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몽(夢)-9
- 은유시인 -
그녀의 얼굴은 차갑고 무표정하여
마치 석고상처럼 싸늘하게 식어있습니다
멍하니 치켜뜬 그녀의 두 눈망울은
이미 초점을 잃은 죽은 자의 눈동자입니다
섬세하고 오똑한 그녀의 코는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채 윤기를 잃었습니다
웃음기 없는 그녀의 윤곽이 도드라진 입술은
말문을 굳게 닫아건 철옹성입니다
백짓장같이 핏기 없는 그녀의 얼굴은
온기 하나 없는 벽난로처럼 섬뜩합니다
길게 늘어뜨려진 그녀의 두 손은
체념 아닌 모든 것을 완강히 부정하려는 몸짓입니다
그녀는 흐느적이는 자신의 육신을 돌려
오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긴 머리카락이 유난히 쓸쓸해 보이는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너무나 애절합니다.
2002/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