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하늘이시여,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 은유시인 -
하늘이시여
나 오늘 그대 앞에 두 손 모아 무릎 끓고
지난날 나의 거짓 삶을 진실로 고백하나이다
애써 겸손을 가장한 나의 교만함을
애써 지혜를 가장한 나의 우둔함을
애써 슬기를 가장한 나의 교활함을
애써 사랑을 가장한 나의 가증함을
애써 포용을 가장한 나의 편협함을
애써 관용을 가장한 나의 음흉함을
애써 용기를 가장한 나의 비열함을
애써 청빈을 가장한 나의 게걸스러움을
애써 강건함을 가장한 나의 나약함을
이렇듯 거짓으로 나 자신을 속여 왔고
이렇듯 거짓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속여 왔고
이렇듯 거짓으로 세상을 속여 왔나이다
하늘이시여
나 이제 그대 하늘 향해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두 손 모아 속죄하나이다
나 이제 그대 하늘 향해 거짓 삶을 낱낱이 고백하여
무릎 끓고 참회하나이다
내 눈물을 뿌려 나의 죄과를 씻기시고
내 피를 뿌려 사랑하는 이들을 보살피시고
내 살을 발라 세상을 이롭게 하소서
내 눈알을 뽑아내어
나의 교만함을 거두소서
내 혀를 뽑아내어
나의 우둔함을 거두소서
내 살가죽을 벗겨내어
나의 교활함을 거두소서
내 심장을 도려내어
나의 가증함을 거두소서
내 양 허파를 뜯어내어
나의 편협함을 거두소서
내 손톱을 뽑아내어
나의 음흉함을 거두소서
내 목을 쳐내어
나의 비열함을 거두소서
내 내장을 들어내어
나의 게걸스러움을 거두소서
내 수족을 베어내어
나의 나약함을 거두소서
이로써도
내 지은 죄 많아
내 허물이 덮여지지 않는다면
내 영혼마저 거두시어
영겁의 지옥 불에 던지소서
하늘이시여,
진실로 바라옵건대
이 한해가 다 가기 전에
속된 욕망에 사로잡혀있는 내 영혼을 구하소서.
2004/12/08/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