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전화기를 들고
- 은유시인 -
지금 창밖은 비가 오고 있어요
그칠 줄 모르는 비는
흐느적이는 내 영혼을 잠재우려나 봐요
들리지 않나요?
난 이 어둠 속에서
내 영혼의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있어요
느껴지지 않나요?
절망의 동공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데
내 고독한 상념은 저 홀로 맴돌고 있네요
전화기 저쪽 너머로
나의 영혼을 다독여주는 그대의 숨결이 느껴지네요
그대가 들려주는 작은 밀어(密語)들이 슬픈 가락이 되어
나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네요
그 끝이 어딘가요?
이 어둠의 끝은 어딘가요?
이 가는 선을 통해 그대가 머무는 곳에 함께 머물 수는 없나요?
차라리 절망이 어둠과 같다면
차라리 슬픔이 어둠과 같다면
난 차라리 어둠이 될래요
세상을 포근히 감쌀 수만 있다면 난 차라리 어둠이 될래요
세상을 망각의 세월로 감쌀 수만 있다면 난 차라리 어둠이 될래요
그대와 같이 고독을 공유할 수만 있다면 난 차라리 어둠이 될래요.
2002/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