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몽(夢)-7
- 은유시인 -
어머니
당신은 딸만 내리 다섯인 아들 귀한 집안에
막내로 태어나셨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
중국으로 인삼장사 나가셨을 때 태몽을 꾸셨답니다
금 붓 열두 자루 금 책 열두 권을……
외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아들이라 여기시고
큰 학자가 되리라 기뻐하셨답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이 비록 여식이라도
그 태몽 결코 잊지 않으셨답니다
그래서 당신은
여고까지 마친 다른 자매들과는 달리
최고학부까지 다니셨습니다
당신은
늘 만년장학생으로
코피까지 쏟으며 억척스레 공부만 하셨답니다
금 붓 열두 자루 금 책 열두 권의 꿈은 사라지고
당신은 어느 하늘 밑 어느 산 중턱에 외로이 묻히셨습니다
아무도 찾는 이 없이 잡초만 무성한 채로……
이제 당신은
세상에서 못 이룬 꿈 저 높은 하늘나라에 가셔서
당신의 소중한 꿈 이루셨겠지요?
2002/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