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축배(祝杯)

by 은유시인 posted Dec 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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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축배(祝杯)

 

- 은유시인 -

 

 

 

 

굳이 흥에 겹지 않아도 우리 잔을 높이 들어 축배를 하자
특별히 기원할 이유가 없다하여도 우리 잔을 높이 들어 축배를 하자
아스라이 저며 드는 슬픔도 지극히 황홀한 기쁨도 문득문득 솟구치는 외로움도 삭일 수 없는 노여움도 금방이라도 분출할 듯한 분노도 심신을 옭아매는 잔혹한 속박도 끝없이 밀려들어오는 좌절도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정열도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는 막연한 그리움도 그 어떤 미련도 그 어떤 사랑도 우리 모여 있는 이 자리에선 한낱 신기루일 뿐이야
그래, 우린 이렇게 모여 있고 우린 이렇게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을 뿐, 단지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잔을 높이 들어 축배를 하자

 

                              우리 모두를 위하여!

 

 

 


2010/01/19/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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