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너 여(汝) 보배 진(珍)
- 은유시인 -
1
아가야!
나로 말미암아 세상의 문 연 너는
분명 소담하고 하얀 빛이 더욱 눈부신
한 떨기 목련이었다
삼라만상 긴 겨울잠에서 벗어나
부지런히 제 모습 갖추려 기지개 켤 즈음
한 줌 미풍처럼
내게 소리 없이 다가와
그 우윳빛 미소로 나를 대했지
달덩이 같은 해맑은 얼굴
파르르르 여린 두 뺨
투명한 눈빛 진주 같기만 하고
비릿한 해초 내음 아득하기만 하였다
하늘엔 예나 다름없이
흰 구름 두둥실 떠다니고
햇살은 유난히 눈부시었다
2
아가야!
슬픈 사슴의 눈망울로
하염없이 나를 바라보던 네 시선 너머로
무엇이 보였을까?
네가 세상에 나와
낯선 세상 처음 대하며
그때 들려 준 너의 나지막한 옹알이 소리는
‘나도 이유 있이 세상을 살겠노라’는
‘나도 세상을 사는 것 같이 살겠노라’는
나를 향한 다짐이 아니었겠니?
거친 비바람 속에
거친 눈보라 속에
오랜 담금의 세월 흐른들
오랜 억겁의 세월 흐른들
너 영원히 꺾이지 말아라
너 영원히 시들지 말아라
너 여진이
너 나의 피와 살 물려받았을 진대
너 오로지 내 생명 잇게 하는 촛불인 것을……
너 그로 말미암은 영원한 나의 보배인 것을…….
- 사랑하는 나의 딸 여진을 그리워하며 -
2002/12/3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