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숨바꼭질
- 은유시인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그대는 눈부신 빛, 나는 고독한 그림자
그대의 따가운 시선 피해 숨어든 나는 마냥 수줍다
그대는 훤한 대낮, 나는 칠흑 같은 밤
스물네 시간 쉴 새 없이 서로를 찾고 더듬어도 우린 만날 수 없네
그대는 이글거리는 태양, 나는 차디차게 식어버린 달
그 머나먼 거리만큼 우린 한 발짝도 다가설 수 없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나는 사막 건너는 나그네, 그대는 오아시스 가장한 신기루
그대 찾아 헤매다 탈진하여 쓰러진들 결코 포기할 수 없나니
나는 정처 없이 떠도는 순례자, 그대는 하늘 녘 수놓는 오로라
그대 천국의 문 닿으려 안간힘 써도 끝내 도달할 수 없네
나는 앞만 보고 내달리는 한 마리 개미, 그대는 양면 연결된 뫼비우스 띠
억만 겁 돌고 돌아도 어느 한 세계에 속할 수 없는 혼돈뿐이라네
2009/11/27/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