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 은유시인 -
생긴 것도 지독스레 못생겼다
뭘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다
짜리몽땅한 키에 어기적 걷는 폼이란 훨 겉늙은 모습이다
넓적 데데한 코에 이빨도 들쭉날쭉 웃는 모습이 더욱 가관이다
배우지 못해 아는 것도 없고
도무지 수줍기만 하여 나서기도 꺼리지만
어쩌다 말 한마디 내뱉을라치면 으레 말끝을 흐리게 마련이다
손끝도 야무지지 못한 것이 손만 대면 일을 그르치기 예사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무지막지한 강우량에 하수구가 터져나간 날
어럽쇼?
저 인간, 땅구뎅이 하나만큼은 디게 잘 파네?
2004/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