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세상은 참 아름답구나
- 은유시인 -
생명의 씨앗으로 잉태되어
10개월 사람 꼴 갖추고 자궁 밖 세상으로 얼굴 내밀면서
고고성(呱呱聲) 지르지 않았겠니 세상이 너무 눈부셔
무척이나 반갑고 살만한 세상이라며
엄마 품에 안기어 세상 훔쳐보며
형형색색 온갖 형태의 형상들 익혀가며
너른 세상 나아갈 꿈 키워오지 않았겠니 신기한 것만큼
두려운 것 많지만 그래도 세상이 아름답기에
세상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모든 것이 신기한 만큼
넘어야할 산도 건너야할 강도 헤쳐 나가야할 가시덤불도 너무나 많겠기에
어쩌면 넘고 또 넘고 건너고 또 건너고 헤쳐 나가고 또 헤쳐 나가도
끝이 없겠기에 너무 쉽게 좌절하려하지 않았겠니
악몽을 꾸며 어둠의 터널에 갇혀 애절한 몸부림 칠 때
한줄기 빛이 되어 속삭이듯 이끌어 준 그 님이 있기에
지루한 장마 속에 후질구레한 심신을 감싸고 다독여 준 그 님이 있기에
찬란한 햇살의 고마움을 알았으리라
세상이 아비규환의 절규만 있으리라 믿어 왔기에
따뜻한 그 님의 손길이 새로운 삶의 시작을 열어 주었음을
사랑은 부담을 느껴서도 이해타산을 생각해서도
부족한 것을 보충해서도 안 됨을 더 잘 알고 있음에랴
사랑은 서로의 부족함과 서로의 허물과 완전하지 못함을
오히려 고맙게 생각하고 감싸 주어야 하는 것을……
새로운 세상 맞이하여 그 누가 그토록 간절하였으랴
그 누가 그토록 절실하였으랴
오직 그 님만이 그러한 사랑과 갈구를 보내오지 않았던가
오늘도 찬란한 햇살이 여지없이 퍼붓거늘 세상이 예전보다
한결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으리니
진정 그 님이 더 큰 축복과 사랑을 보내 왔음을 새삼 느꼈으리라
그 누구든 원망하지 마라
스스로를 증오하거나 미워하지 마라
세상은 우리가 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는 것을……
그러기에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단 이승이 낫다하질 않던가.
200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