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그림자인간[2]
- 은유시인 -
행여 들킬세라
으슥한 골목길 두리번거린다
휘청거리며 내딛는 발걸음이
방향감각을 잃고 어지럽기만 하다
한 발 한 발 밝은 세상 향해 기웃거린다
세상의 손들 설레발치고
세상의 소리들 왁자하게 웃는다
대낮같이 쏟아 붓는 빛 두렵기만 하다
은밀히 엿본다
가슴이 콩닥 거린다 분노가 치솟는다
세상을 향한 절규가 세상을 향한 증오가
세상을 향한 분노가 내 안에 출렁인다
내 안의 세상
한쪽 공간이 세상의 전부인양
무상(無想)의 열락이 무념(無念)의 희락이
그 안에 모든 것이 있음을 안다
과거로부터 갇히고
미래를 애써 거부하면서 현재와 맞서고 있다
지난(持難)한 시간은 육신을 뼈마디 째 녹여버리고
폐쇄(閉鎖)된 공간은 내 안의 모든 것을 와해시킨다
먹장 낀 하늘이 반갑다
때려라 천둥아
내리쳐라 번개야
세상 것 송두리째 무너뜨려라.
2002/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