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작가

오늘:
3
어제:
25
전체:
305,462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57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5.12.19 17:41

[詩] 거리의 부랑자

조회 수 1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kyc_20151219_06.jpg






[詩]


거리의 부랑자


- 은유시인 -



 


어둠의 전령들이 서로의 팔짱을 끼고 도심을 포위하듯 밀려올 즈음, 박쥐들은 검은 망토로 무장을 하고 거리로 나선다 박쥐는 눈이 없다 대신, 고성능위성안테나를 눈처럼 달고 있어 길을 헤맬 일은 없다


그는 거리에서 태어나 거리를 부유하는 박쥐다 손바닥에 길쭉하게 돌출된 예리한 더듬이로 세상을 엿보는, 이미 거리에 익숙해진 만큼 허물이 없다 초겨울, 앙상한 가로수 우듬지에 걸린 만월이 오늘따라 지극히 처량하다 유약한 자의 영혼을 갉아먹고 산다는 까마귀는 밤눈 밝은 도둑괭이를 닮았을 뿐 어둠에는 익숙지 않을 것이다 점멸하는 네온불빛이 제왕절개수술을 대기하고 있는 앳된 산모의 얼굴을 색색으로 물들인다 언제나 짙은 탄식과 조바심으로 술렁이는 거리엔 늘 표정 없는 탈바가지를 덮어쓴 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조명이 빗겨간 거리는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몸살이다 보도블록에 펼쳐진 커다란 캔버스엔 그리다 만 유채꽃 대신 온갖 배설물로 넘쳐난다 쇼윈도 환하게 밝힌 전자제품매장의 스피커에서 쿵쾅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에 그는 신명이 났다 리듬에 맞춰 두 팔 마구 흔들며 온몸을 들썩인다 병신육갑질이다 노루꼬리만큼 용기가 솟았을까, 오늘도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새우등 한껏 꾸부려 뼛속 깊은 한기를 버텨내야 할 그가 느닷없이 배를 갈라 창자를 드러내 보인다 한 점 부끄러울 게 없다고, 개미 눈꼽만큼 오그라든 자존심을 허공에 퍼덕인다


어둠이 그새 꽁꽁 얼어붙었다.





20141027/09:01





Who's 은유시인

profile

대한민국에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그 날만을 위해...

Atachment
첨부 '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한국인작가-시&시조 게시판 이용안내 file korean 2014.07.16 1487
56 [詩] 구름과 바다 file 은유시인 2015.12.15 198
55 [詩] 너 여(汝) 보배 진(珍) file 은유시인 2015.12.14 202
54 [詩] 내가 아닌 나 file 은유시인 2014.07.28 203
53 [詩] 달팽이 file korean 2015.12.14 206
52 [詩] 12월을 보내며[1] file 은유시인 2015.12.16 207
51 [詩] 나에게 있어 시(詩)를 쓴다는 것은 file 은유시인 2014.07.28 209
50 [詩] 말 지독하게 안 듣는 놈 file 은유시인 2014.07.27 210
49 [詩] 진흙 도락꾸 file 은유시인 2015.12.11 212
48 [詩] 어느 시인은 file 은유시인 2015.12.15 214
47 [詩] 시(詩)란 무엇인가 file 은유시인 2014.07.29 216
46 [詩] 한밤중에 설탕이 떨어지다니 file 은유시인 2015.12.16 217
45 [詩] 마오로동산에 올라 file 은유시인 2014.07.27 219
44 [詩] 하늘빛[1] file 은유시인 2015.12.15 219
43 [詩] 포플러 우듬지의 까치둥지 file 은유시인 2015.12.18 219
42 [時調] 길(路) 2 file 은유시인 2015.12.22 219
41 [詩] 가는 길이 험하다 할지라도 file 은유시인 2015.12.10 221
40 [詩] 진정, 그대 삶 밝히는 촛불이 되리라 file 은유시인 2015.12.10 222
39 [詩]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file 은유시인 2015.12.15 225
38 [詩] 두식이는 머리가 크다 file 은유시인 2015.12.18 227
37 [詩] 가는 세월 file 은유시인 2015.12.14 235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