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내가 아닌 나
- 은유시인 -
한때는
거울속의 나를 지독스레 사랑한 적이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세상의 속된 욕심에
절어있지 않음에……
그러나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이미 내가 아니었다
세월에 지친 묵은 때에 절어있는
게걸스런 욕심에 사로잡힌
낯선 사나이가 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음에……
나는 거울속의
그에게 물었다
그는 나에게 물었다
- 너는 누구냐?
나는 그에게 대답하였다
그는 나에게 대답하였다
- 나는 나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웃었다
그러나 우리의 웃음은 메아리가 없었다.
2002/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