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은비
- 은유시인 -
너란 동물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이기에
발길질에 거듭 걷어차이고도 모자라
그 높디높은 10층 베란다에서 맨바닥으로 던져졌겠니
한때는 페르시안 친칠라 은빛 갈기가 무성하여
귀하기로는 옛적부터 황실에서 대접받고 살아왔음에
어쩌다 천박한 인간의 손에 잡혀 비명횡사를 하게 되었니
고고하면서도 우아한 자태가 그년 눈에 거슬렸었니
거듭된 발길질에도 반항 않고 눈만 껌뻑거린 것이 그년 화를 돋웠니
자신의 한 달 월급보다 더 값진 너의 몸값으로 그년 기를 꺾었니
인간이 제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개중엔 바퀴벌레만도 못한 천박한 인간도 있고
개중엔 거머리보다도 못한 야비한 인간도 있고
개중엔 지옥의 악귀만도 못한 비루한 인간도 있다
나, 그 천박하고 야비하고 비루한 인간들 대신하여
하늘이 내려준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비명횡사한 네 주검 앞에
송구히 머리 숙여 명복을 비노라.
※ 술에 취해 은비라는 고양이를 학대하다가
제 분에 못 이겨 10층 베란다에서 땅으로 던져 죽인
은비학살녀의 소식을 접하면서…….
2010/08/1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