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전기(電氣)
- 은유시인 -
태초에
산천을 요동치랴 크게 꾸짖듯 포효하는 목소리로
번뜩이는 칼을 휘둘러 하늘 장막을 갈가리 찢는 위용을 자랑하였으니
아~ 뇌성벽력!
삼라만상은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노라
서로 부둥켜안고 심히 떨었도다
천지만물
그 끝닿는 데 없는 우주조차도
양(陽)과 음(陰)의 조화일진대
양과 음이 영겁을 윤회하며 그 기를 발산하는도다
오로지 위대한 권능 앞에
모든 것이 스스로 초라해 지고
모든 것이 스스로 겸손해 지니
짐짓 그로 말미암아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는도다
어둠으로부터 밝음을 주시어 무지함을 지혜롭게 하시고
멈춰있는 것을 나아가게 하시어 억압됨을 자유롭게 하시며
닫혀있는 세계를 열어 주시어 그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워 주셨도다
뉘라서 가공할 이 위대한 권능에
감히 어리석도록 자만한 인간만이 도전하였도다
이제
산천을 후려치는 소리와
하늘을 난도하는 칼을 움켜쥔 인간이
스스로 삼라만상을 뒤흔들려 하는도다
태산을 움직이고 강줄기를 바꾸며
육지와 대양을 가름하길
영겁의 윤회마저 무색케 하는도다
태초에 존재하였으되
영영세세 또한 존재할 것이니
순간 머물다 갈 인간이 제 아무리 자만한들
부디 그 큰 권능으로 허물치 마옵소서.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안태리의 삼랑진양수발전소를 견학하며…….
2004/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