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동추(疼秋)
- 은유시인 -
조석으로 부는 칼바람에 한껏 옷깃을 여미는 것은
고목처럼 시들해진 육신보다 정녕 서글픈 마음이 초라해서
한해 두해 쌓여가는 연륜 따라 맞는 가을의 끝저리
갈수록 커져가는 문풍지 구멍처럼, 가슴속 공허함을 함께 키우고
떨어져 뒹구는 낙엽 한 닢에서도 뜻 모를 슬픔을 주체치 못함은
지나온 세월이 무던히 아쉽기만 한 까닭이다
젊음도 낭만도 그리고 이상도 쓰다말고 구겨 던진
원고지더미처럼 기억너머 쌓인 채 퇴색하고
오늘 내게 남겨진 것은 소슬하게 묻어나는 회한
가슴 심저에 서릿발처럼 쌓여가는 미련
초저녁 뉘엿해진 햇살에 유난히 길게 드리운 그림자
저 홀로 나뒹구는 낙엽 한 닢의 고즈넉함에서 묻어나는 고독감.
2002/10/1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