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흔들리는 하루
- 은유시인 -
겨울비 염치없구나 하루 종일 내리네
진흙탕 튕기며 달아나는 몰상식한 운전자들
질척한 구두속의 두 발은 마냥 시린데
헛구역질이 치솟는다
모든 것이 흔들린다
땅거미 품어 안고 흐려지는 어둠속에서
가련한 그믐달이 몸서리친다
사물도 시야도 몸도 마음도
흔들리는 것은 곧 서러움이네
접혀진 뱃구레엔 비명이 들어차
배곯다 디진 아귀(餓鬼)가 들었을까
딱 한 잔 마셨을 뿐인데
홀로 버려진 광야에 섰네
지축을 뒤흔들며 파도가 밀려온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는 세상
숱한 것들이 사라질지라도
주검을 먹이로 다시 태어나는 생명들
허공에서 길 잃은 안타까운 소리들
이 밤 울음소리 처연하다
소주 한 잔에 하루가 흔들린다
명진이 광현이 칠성이……
다 헤어빠진 구두 뒤축만도 못한
그 잘난 놈들 니글거리는 낯판 데기
근데 버러지 같은 놈들이 요즘 대세다
등껍질 벗겨내는 고단한 시간
빗방울에 맺힌 얼굴 하나하나
딱 한 잔 마셨을 뿐인데
골방 문턱에 검은 머리 기대 잠든
분 떡칠한 화냥년처럼
소주 한 잔에 하루가 흔들리네.
2010/01/28/19:10